관세 부과 이어 M&A까지… 미국發 무역전쟁 확대되나
관세 부과 이어 M&A까지… 미국發 무역전쟁 확대되나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3.1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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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컴, 트럼프 행정명령에 퀄컴 인수 포기
”통상적인 평가에서 벗어난 포퓰리즘적 접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제재가 기업 간 인수·합병까지 무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관세 부과에 이어 또 다른 무역전쟁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가 생기는 부분이다.

14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은 최근까지 추진하고 있던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 인수를 포기했다. 이틀 전 국가 안보를 이유로 퀄컴 인수 금지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가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는 믿을만한 증거가 있다"며 "브로드컴이 제안한 퀄컴 인수는 금지된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는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는 5G 무선기술에 관한 퀄컴의 지배적 지위를 약화해 중국 화웨이의 시장 지배를 허용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브로드컴은 퀄컴 인수는 포기하지만 싱가포르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최근 철강에 이어 기업 간 인수·합병까지 국가안보를 이유로 미 행정부가 개입하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CNBC는 미국 설리번 앤드 크롬웰 로펌의 프랭크 아퀼라 파트너의 말은 인용해 소프트웨어와 통신, 반도체 부문은 당장 국제적 M&A를 추진할 때 엄중한 심사를 받게 될 것이라 보도했다. 또 M&A로 무역전쟁이 확대되면 엔터테인먼트 같이 국가안보와 크게 상관없는 업종까지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아퀼라 파트너는 이번 사례가 과거 프랑스나 네덜란드 사례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정부는 2014년 제너럴 일렉트릭이 자국 원전기업 알스톰을 인수하려는 시도에 반대했었다. 네덜란드는 지난해 페인트·코팅재 제조업체인 아크조 노벨을 인수하려던 미국 PPG 인더스트리의 적대적 인수에 강경한 반대의사를 표했다.

아퀼라 파트너는 “정치적 고려 대신에 법적 선례를 기초로 승인 여부를 결정하던 통상적인 평가 방식에서 어긋난 포퓰리즘적 접근"이라고 밝혔다.

또 이전까지 M&A 협상에 임한 양측이 함께 CFIUS에 심사를 요청하던 것과 달리 이번엔 퀄컴이 일방적으로 CFIUS의 심사를 요청했다. 이에 앞으로 미국 기업과의 M&A에 있어 CFIUS도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다만 M&A 시장 규모가 매우 커 전체 글로벌 M&A 추세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