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재임.’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에게 붙은 불명예스런 숫자다. 그는 모피아도 군침 흘리는 금융권 최고 권위자에 올랐지만 결국 ‘채용비리’ 의혹이라는 비난 여론을 견디지 못하고 현직에서 물러났다. 183일 천하다. 또 채용비리 논란이 불거진지 불과 나흘 만에 일이다.
최 전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하나은행 공채에 응시한 친구 아들을 인사 추천하는 등의 특혜를 준 의혹을 받고 있다. 출처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호하지만 발보다 빠른 말은 금세 금융 전반으로 퍼졌고 지금은 세상이 다 알게 될 정도로 널리 확산됐다.
그는 즉각 해명했다. “채용관련 정보를 단순히 전달했을 뿐 채용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난 여론의 화살은 멈추지 않았다. “관여하지 않았다”라는 말보다 “전달했을 뿐”에 더 초점을 뒀다. 당연한 일이다. 최 전 원장은 다시 후속조치를 공개했다.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의혹을 규명하겠다.” 하지만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해명을 한 당일 오후 그는 금융위원회에 사의를 표명했고 다음날 청와대는 이를 수리했다.
최 전 원장이 이처럼 빠르게 옷을 벗은 것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 1~2월 실업자 수 100만명 중 청년실업자가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이 심각하다. 이런 와중에 누군가 권력의 줄을 잡고 무임승차하는 등 특혜를 받는다면 열심히 공부해 뚜벅뚜벅 계단을 오르려는 그 누군가에겐 강한 허탈감을 줄 수밖에 없다.
최 전 원장의 사의를 신속하게 수리한 청와대의 결단을 존중한다. 그리고 이 결정이 앞으로 어떤 권력자라고 해도 누군가에게 특혜를 주면 그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음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미래를 꿈꾸며 한 우물만 파는 다른 한편으론 사회적 약자로 불리는 취준생들이 더 이상 이와 비슷한 일로 눈물 흘리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기자뿐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