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했다. 전직 대통령의 검찰 출두는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5번째다.
그는 검찰 조사에 앞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직 대통령의 검찰출두는 ‘역사에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모습을 바라봐야 하는 국민들의 가슴은 착잡하기만 하다. 정말 그의 말대로 이런 불행한 사태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 횡령, 배임, 조세포탈, 직권남용 등 20여개의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법 앞의 평등’이란 민주주의적 원칙이 지켜지길 바라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번 조사를 정치공작이자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한풀이를 중단하라고까지 주장한다. 지난 1월17일 이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무실에서 발표한 성명서와 같은 맥락이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목이라고 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청사 정문 현관 앞에서 6문장 222자 짜리 입장문을 통해 검찰수사에 대한 유감을 드러냈다. 약 1분10초간 읽어 내려간 입장문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표현을 했지만 혐의 내용에 대해 부인한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특히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는 문장 속에는 자신이 억울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초반 다스 등 차명재산 의혹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그간 다스의 실소유주 규명과 비자금 조성 의혹, 청와대 문건 무단 반출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수사 자체가 다스 실소유주 문제를 여러 범행 동기나 전제사실로 확정 짓고 나가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보고서나 장부 등 다수 확보한 객관적 자료를 일부 제시하는 방식으로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의 검찰수사는 앞으로 법리를 다툴 부분도 많다. 정치적으로 논란거리가 확산될 소지도 다분하다. 한국당이 이명박 개인의 비리로 선을 긋고 있지만 보수진영의 문제로 불거질 우려도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지자체장 선거와 연계되면 언제, 어떤 문제가 회오리칠지 예상하기도 쉽지 않다.
이 전 대통령이 퇴임 6년이 지난 것도 부담이다. 최근의 수사가 ‘그 정도 털면 누구나 걸린다’고 할 정도로 진행된 부분도 없지 않다. 만약 기소가 이뤄진다 해도 재판부는 또 정치적 오해가 증폭될 개연성도 무시 못 한다.
그러나 투명하고 공정한 법리적 판단으로 단죄하지 못한다면 전직 대통령이 또는 최고 권력이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고 수감되는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끊지 못할 것이다. 정말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 대국민 사과를 하는 마지막 역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