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우리나라 최고의 화젯거리 중 하나는 “영미~”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여자 컬링 대표팀의 선전이다.
‘팀 영미’가 유명해진 이유가 유행어 때문은 아니다. 컬링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올림픽 무대에 나가 은메달을 목에 걸기까지 이들이 겪었을 설움이 이해되고 이들이 흘렸을 땀과 눈물이 대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스포츠 선수들의 땀과 눈물로 대변되는 스포츠 정신은 ‘각본있는 드라마’보다 훨씬 더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며 우리를 스포츠에 열광케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불법 스포츠도박은 선수들의 땀과 눈물을 모욕하고 팬들을 기만하는 스포츠계의 ‘적폐’다.
불법 스포츠도박은 단순히 돈을 벌고 잃고의 문제가 아니다. 해당 스포츠 산업 전체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스포츠 정신의 근본 자체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파괴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200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던 우리나라 E-Sports의 ‘스타크래프트’ 종목은 지난 2010년 불법 스포츠도박으로 인한 승부조작 실태가 드러난 이후 8개 프로게임팀이 사라졌고 관련 방송채널 하나도 통째로 없어졌다.
무엇보다도 이에 실망한 팬들이 등을 돌리면서 현재 공식 대회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몰락하게 됐다. 불법 스포츠도박으로 관련 산업 전체가 흔들린 전형적인 사례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으로 인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 접속과 소통이 쉬워지면서 불법 스포츠도박 규모는 갈수록 커져, 2016년 현재 21조8000억원으로 2012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이들 대부분은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이용자를 모집하고,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는 등 교묘한 수법을 이용하기 때문에 경찰력을 이용한 근절에는 한계가 있다.
이것이 우리가 불법 스포츠도박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불법도박을 즐기는 사람이 줄어든다면 이들도 자연스럽게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박찬호의 강속구와 박지성의 투지, 김연아의 트리플 러츠와 팀 영미의 감동을 기억하고 있다. 그 기억이 오래도록 찬란히 빛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불법 스포츠도박이라는 ‘적폐’를 뿌리뽑아야 한다.
[신아일보] 이서준 기자 lsj@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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