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난다" 이젠 옛말, 100가구중 6곳만 '흙수저' 탈출
"개천에서 용난다" 이젠 옛말, 100가구중 6곳만 '흙수저' 탈출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03.1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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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015년 빈곤유지율 86.1%…시간 지날수록 악화
저소득층-고소득층 간 가구 소득 격차 5배→5.4배로 늘어
"상향이동확률 낮으면 사회활력 감소…정부 특단 대책 내놔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 동안 빈곤한 가구가 빈곤에서 탈출할 확률은 고작 6%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00가구중 6곳만 '흙수저'를 탈출하는 셈이다. 중산층 붕괴와 양극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2일 윤성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이 재정학연구에 발표한 '소득계층이동 및 빈곤에 대한 동태적 관찰' 논문에 따르면 저소득층인 1, 2분위 가구가 조사 기간 중 1년 후 같은 분위에 속할 확률은 각각 57.9%와 40.5%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소득층인 10, 9분위 가구가 같은 분위에 남아 있을 확률은 각각 68.7%, 45.2%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이 시간이 지나도 같은 위치를 유지할 확률이 더 높다는 말이다. 

게다가 2분위와 3분위가 각각 한 단계씩 상향 이동할 확률은 19.3%, 19%였지만 반대로 한 단계씩 하향 이동할 확률은 22.7%, 19.1%였다. 같은 기간 중위 소득층인 4∼8분위 가구는 상향이동할 확률이 하향이동할 확률보다 더 높았다. 저소득층은 더 저소득층으로 하방 이동할 확률이 더 높다는 의미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기간을 2007∼2009년, 2010∼2012년, 2013∼2015년 세 구간으로 나눠보면 소득 이동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 해가 지날 때 소득분위에 변화가 없을 확률은 37.6%→41.8%→42.5%로 증가했지만 상향 이동할 확률은 32.1%→30.1%→28.4%로 점점 더 낮아졌다.

소득 하위 1∼3분위를 '빈곤'으로 정의할 경우 2007∼2015년 중 한 해가 지날 때 마다 빈곤에 진입할 확률은 7.1%, 빈곤을 유지할 확률은 86.1%, 빈곤에서 탈출할 확률은 6.8%로 계산됐다.

특히 빈곤유지율은 2007→2008년 84.1%에서 2014→2015년 87.7%로 증가했다. 빈곤의 고착화가 심화된 것을 알 수있는 대목이다.

중산층 붕괴와 양극화 심화 문제 는 지난 몇년간 꾸준히 거론돼 온 문제다. 

신한은행이 12일 발간한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서도 월 700만원 이상을 버는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03만원으로 전년 대비 35만원이 늘었지만 300만원 미만 버는 가구는 186만원으로 되레 7만원 줄었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가구 소득 격차는 지난해 5배에서 올해 5.4배로 늘었다. 

게다가 부채 보유자의 가계 빚은 늘었다. 특히 저소득 가구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월평균 300만원 미만 소득 가구의 부채는 3183만원으로 전년 대비 50% 늘었지만 700만원 이상 가구는 8947만원으로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러다보니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보고서를 발표한 윤성주 연구위원은 "분석 결과처럼 소득 상향이동 확률이 낮아지면서 사회의 활력이 감소하고 있다"며 "중산층 붕괴와 양극화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뒤이어 "빈곤은 일자리가 중요한 결정 요인으로, 이를 위한 정부의 직·간접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빈곤가구의 자녀는 낮은 교육수준에 머물며 빈곤의 고착화가 세대를 통해 나타날 개연성도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