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약개발 의지 꺾는 약가인하 능사 아니다
[기자수첩] 신약개발 의지 꺾는 약가인하 능사 아니다
  • 이창수 기자
  • 승인 2018.03.11 1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 실현을 위해 약가인하 정책이 지속적으로 시행되면서 제약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케어는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지만 이해당사자 중 하나인 제약사들은 여전히 정부와 의약계 사이에서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비급여의 급여화, 신포괄수가제 확대 등 합의를 봐야할 문제들이 산적하지만 제약사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는 것은 가랑비에 옷 젖는 듯 적용되는 약가인하다. 

의약품을 출시하기까지는 단계별로 엄청난 개발비가 투입된다. 연구기간 역시 길지만 신약개발 성공확률은 매우 낮다. 즉 '유레카!'를 외칠 신약개발을 위해 엄청난 투자와 노력 그리고 운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R&D 투자와 약가인하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제약사가 신약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질 좋은 의약품을 생산하는 동시에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약가를 내리기만 하는 것은 답이 아닌듯 보인다.

사용량-약가연동제는 제약사 입장에선 억울하다. 의약품이 많이 팔릴수록 가격이 싸지기 때문이다. 가격이 내려가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반대로 판매가 저조하다고 약가를 올려주진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하된 가격이 '수출 시 기준 가격'이 되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의 해외 경쟁력에 불리하게 적용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일괄 약가 인하', '약가재평가', '실거래가상한제'도 마찬가지다. 

결국 약가인하를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자 한다면 제약개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뿐만 아니라 바이오시밀러와 혁신적 개량신약의 임상연구에 대한 세제지원이 필요하다"며 "또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이전 수익뿐만 아니라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이전 수익으로 세액공제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사가 가랑비에 옷 젖듯 계속 내려가는 약값에 신약개발 의지가 꺾여 자체적으로 다른 자금줄을 찾게 되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