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전선 '먹구름'…한국경제 고질병 도지나
수출전선 '먹구름'…한국경제 고질병 도지나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03.1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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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출 18년만에 최저…GDP성장률 깎아먹어
트럼프發 무역전쟁에 다자 무역체제도 흔들려
원화 강세·북핵 리스크 등 수출 복병 ‘수두룩’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물량 기준으로 본 순수출이 오히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깎아 먹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해 수출에도 '먹구름'이 예상된다.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 탓이다. 

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수출액은 5740억달러로 전년보다 16% 증가했다. 이는 주요20개국(G20) 가운데 6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G20 회원국의 평균 10%보다 6%포인트 높다.

그러나 수입액 증가율은 더 컸다. 한국은 작년 4796억달러 어치를 수입해 전년보다 18.3% 증가했다. 이는 G20 가운데 4위에 해당하는 증가율로, G20 회원국 평균 11.5%보다 6.8%포인트 높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국의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 성장기여도는 -1.7% 포인트를 기록했다. 1999년 -2.1% 포인트를 기록한 후 1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올해 수출에 '먹구름'이 드리울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가속화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올해 우리의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 시간)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규제조치 명령에 서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이 수입철강에 25% 관세를 매기면 한국의 부가가치가 앞으로 3년간 1조3000억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아울러 전체 대미 수출은 9억달러 줄고 취업자도 1만4000명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전 세계적인 자유 무역주의 질서를 흔드는 경우다. 다자 무역체제가 휘청대고 각국의 이익만을 앞세운 강대국 위주로 무역 질서가 재편되면 우리나라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글로벌 관세 전쟁이 반도체·자동차 등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까지 확대되면 파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 측 입장이다.

최근 남북관계가 급진전하면서 북핵 리스크 완화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북핵 리스크 완화는 한국의 신용을 높여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면 통상 측면에서는 원화 강세 흐름을 만들어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양날의 검'인 셈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5월 안에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난 9일 원화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1.6원 낮게 거래되기 시작해 낙폭이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발표가 있었던 지난 7일에는 개장과 동시에 거래일 종가보다 7.7원이나 급락했다.

환율 영향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 지난해 -1.7%까지 악화한 순수출 성장 기여도 회복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고금리 전망도 수출 전선에 악재다.

미국이 이달 금리를 올리면 양국 정책금리가 10년여 만에 역전된다.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더 높인다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환율 상쇄 요인도 상당한 만큼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지난 9일 북미정상회담 성사 소식에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관세폭탄 영향 때문에 낙폭은 제한됐다.

또 지난해 반도체 가격이 올라가면서 수출 물량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는 지난해 늘어난 반도체 생산시설을 바탕으로 생산·수출 물량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