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역할 높이 평가"… 참모진에 "거봐라 얘기하는게 잘하는 것"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우리나라 대북특사단과 만나 나눈 대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얘기를 나누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9일 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정 실장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조기 만남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해 듣고 "좋다, 만나겠다"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각각 이같이 소개하며 "수석특사인 정의용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한 "정 실장이 문서 형태의 김 위원장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일부 언론들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구두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보니 솔직히 얘기하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물론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게 조심해야 하지만 김 위원장에 대한 우리 판단을 미국이 받아주고 이번 기회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 실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큰 힘이 됐다. 그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어제(8일) 한국에서 국가조찬기도회가 있었다. 문 대통령이 5000여 명 신도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 말씀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저를 여기 보낸 것은 지금까지 상황을 보고 드리고 앞으로도 한미간 완벽한 공조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 실장의 브리핑을 듣고 굉장히 수긍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좋다, 만나겠다. 한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며 김 위원장의 만남 제안을 그 자리에서 수락했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배석자들을 둘러보며 "거 봐라. 얘기를 하는 게 잘하는 것이다"라고 언급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면서 "부탁이 있다. 여기까지 온 김에 한국의 대표들이 직접 오늘 논의 내용을 한국 대표의 이름으로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해달라"고 제안했다.
한편 정 실장은 백악관에서 만난 참모진에게 철강관세에 대한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의용 실장이 미국 고위급 각료회의에서 매티스 국방부 장관에게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25% 관세에 대해서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했다"면서 "정 실장이 '오늘 상황을 봐라. 한미동맹이 얼마나 중요하냐. 철통같은 한미동맹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티스 장관이 '적극적으로 챙겨보겠다'고 긍정적 답변을 했다고 정 실장이 전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 실장의 면담은 미국시간 8일 오후 4시 15분부터 45분간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맥매스터 보좌관,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 지나 하스펠 CIA 부국장 등 12∼13명이 배석했다. 우리 측에서는 정 실장 외에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조윤제 주미대사가 배석했다.
이에 앞서 정 실장은 맥매스터 보좌관을, 서훈 원장은 지나 하스펠 CIA 부국장을 백악관 내 회의실에서 각각 일대일로 30분가량 면담을 한 뒤 다시 4명이 함께 만나 1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1시간 예정됐던 이 브리핑 도중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만나자"는 전갈이 와서 즉각 오벌오피스로 가서 만남이 이뤄진것으로 알려졌다.
[신아일보] 이서준 기자 ls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