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發 '관세폭탄'…대미 철강 수출 직격타
트럼프 發 '관세폭탄'…대미 철강 수출 직격타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03.0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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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25%·알루미늄 10% 부과 확정
캐나다·멕시코만 제외…15일 후 발효
업계 피해 불가피…정부 협상에 기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의 관세부과를 최종 확정했다. 정부와 업계의 관세 면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철강 업계 노동자와 노조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번 관세 조치 대상국에서 제외됐다. 이번 규제 조치의 효력은 서명일로부터 15일 후 발효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한국 기업은 현지 투자를 통해 미 경제에 기여하고 한국산 철강이 미국 안보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을 방문해 월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장 등 행정부와 의회 인사를 대상으로 '한국을 규제조치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세 조치 제외 대상국 명단에 한국은 없었다. 정부의 거듭된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가 수차례 '관세폭탄'으로 휘청이는 철강업계에 결정타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이미 여러 제품이 높은 관세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25%의 관세가 더해지면 수출에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 미국의 각종관세가 누적되면서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은 354만3000t으로 고점인 2014년 대비 38%나 줄어들었다.

포스코는 현재 냉간압연강판 66.04%, 열연강판 62.57%의 관세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25%의 관세가 더해지면 각각 91.04%, 87.57%에 달하는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현대제철도 냉간압연강판에 38.22%의 관세가 매겨진 상태라 총 63.22%의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 밖에 넥스틸, 휴스틸, 세아제강 등 강관을 주로 수출하는 업체들의 피해도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연례재심 예비판정에서 넥스틸의 유정용 강관(OCTG)에 최대 46.37%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여기에 25%가 추가되면 약 70%에 달하는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철강업계는 정부가 앞으로 미국과 진행할 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효력이 발생하기 전까지 관세 적용 제외를 원하는 국가들과 협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이달 중으로 한미FTA 3차 개정협상도 예정돼있어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열린 '중견기업연합회 CEO 조찬 강연회'에서 "관세가 한미FTA협상 기간과 같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틀 안에서 미국과 협의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협상으로 가려고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