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업계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더딘 성장률로 시장 규모는 제자리인 반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패션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패션 시장은 2010년 7.3%, 2011년 11.8%의 고성장을 구가한 이후론 줄곧 1~3%의 저성장 늪에 빠져 있다. 올해 국내 패션 시장 규모 역시 43조원으로 작년에 비해 0.3%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규모는 제자리인 반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와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온라인 기반 중소 브랜드 등의 난립으로 기존 패션 브랜드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분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가구나 뷰티 등 새로운 분야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LF는 2007년 LF푸드를 100% 자회사로 세워 식음료 사업에 나섰고 2016년 프랑스 브랜드 ‘불리 1803’를 국내에 론칭, 화장품 사업에도 진출했다. 신세계 인터내셔널은 2012년 색조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했고 가구 침구 등을 판매하는 리빙 브랜드 자주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사업다각화가 능사는 아니다. 문제는 백화점을 통한 위탁 판매가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통형태에 있다.
그간 패션업체들은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물건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보이는 국내 소비자 성향에 따라 자체 매장을 늘리는 모험보다 백화점의 좋은 매장에 들어가는데 집중해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패션업계 생태계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꾸려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백화점이 어떤 자리에 얼마나 좋은 수수료율로 자리를 내어 주냐에 따라 실적도 크게 좌우됐다. 이 때문에 백화점이 패션업체들을 쥐락펴락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젠 백화점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통판로를 개척해 나설 때다.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용 절감을 위해 마지못한 온라인 사업 전환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다양한 채널들을 모색할 때 패션업계의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