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잖은 부작용을 남겼지만 우려할 정도로 강력한 후폭풍은 불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의 중론이다. 화폐로 인정받지 못한 암호화폐의 거품이 꺼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암호화폐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2030세대가 주를 이뤘다. 유행에 민감한 이들은 기초지식 없이 친구나 주변인 말만 믿고 암호화폐에 투자한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격언이 있지만 예측이 힘들고 제도권에서 벗어난 암호화폐에 젊은세대가 접근하는 것은 되레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특히 ‘한방’을 노리고 접근한 투자자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실제 암호화폐 시장은 예측불허의 상황을 만들었다. 수만원에 불과했던 비트코인이 갑자기 날개를 달더니 지난해 말 2500만원대로 가치가 치솟았다. 일부 전문가는 비트코인이 3000만원대를 돌파할 것이란 근거 없는 전망치를 쏟아냈다.
하지만 전문가의 의견과 달리 흐름은 다시 반전됐다. 암호화폐 가치는 단기간 급격히 오른 만큼 하향곡선을 타는 일도 망설이지 않았다. 2000만원대에서 갑자기 1000만원 밑으로 뚝 떨어지는 일이 반복된 것. 이 과정에서 한 30대 남자가 거액의 손실을 떠안아 ‘자살’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실제 서울동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월 21일 서울 동작구 자택에서 A(30)씨가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최근 가상화폐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원금까지 날리게 되자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암호화폐 붐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무엇일까. 사실 암호화폐는 어느 날 우리에게 갑자기 다가온 것은 아니다. 진화의 진화를 거듭했지만 알고 보면 암호화폐 거래는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기도 하다. 과거 싸이월드에서 사용되는 ‘도토리’ 혹은 리니지의 ‘아덴’ 등이 대표적인 예다.
사이버머니는 단시간 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싸이월드가 만든 도토리 때문에 다람쥐가 먹을 게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게임화폐인 아덴은 웃돈을 얹어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에서 거래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화폐가 아니어도 원하는 물건을 사고 팔수 있는 거래가 형성된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부가 시장을 인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암호화폐는 또 다시 거대한 버블로 부풀어져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굳이 암호화폐가 아니어도 특정 집단이 원한다면 또 다른 방식의 화폐가 새롭게 등장해 유행처럼 번질 수 있다.
정부는 제도권 화폐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조건 배척하기 보단 그 시장을 인정하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무조건 배척한다면 시장은 왜곡돼 흘러가고 결과적으로 애꿎은 투자자들만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또한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며 왜 그 시장을 선호하는 지 분석해 명쾌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은 계속해서 빠르게 변한다. 사람의 마음도 심리도 계속 변하기 마련이다. 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대응하고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암호화폐는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