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의 죄과를 조사받으려 검찰에 출두한 지 1년 만에 최종 선고를 기다리고 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곧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다.
직접 대면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오는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조사가 예정된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1심에서 징역 30년에 벌금 1185억원을 구형받은 박 전 대통령 못지않다고 전해진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한다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역대 다섯 번째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것이고 네번째 전직 대통령으로 오명이 기록된다.
만일 형사 처분이 뒤따른다면 최고 권력을 누린 전직 대통령 두 명이 한꺼번에 수감 생활을 하는 불행한 사태를 맞는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강력한 여당 후보로 등장해 차기 대권후보로 손꼽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수행비서 성추행 건으로 공직에서 물러나고 정치적 행보를 멈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두 번 죽였다’는 원성까지 사고 있는 가운데 하루 아침에 추락한 꼴이다.
당사자의 측근들은 ‘합의에 따른’ 일이라며 변명을 하지만 이미 정치적 생명은 끊어져 보인다.
같은 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출당·제명 조치에 이어 안 지사는 전자결재 시스템을 통해 사퇴서를 제출했고 정치권에서는 안 지사에 대한 강력한 비판과 함께 쓴 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 세 사람의 불행은 어쩌면 우리 근대사에서 겪어야하는 ‘통과의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박 전 대통령은 성장기부터 익숙해져 있던 독재정권의 문화가 뼈 속 가득했을 것이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체득한 그로써는 권력의 정점에 섰을 때 구중궁궐 같던 예전의 청와대를 기억했을 것이다. 결국 국정농단의 단초는 그렇게 음습하게 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청년시절부터 몸에 밴 성과주의가 제일의 덕목이었을 것이다.
특히 현대건설에서부터 쌓아온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적당한 범법행위는 괜찮다는 기준이 발동했을 것이다. 옳고 그름보다는 성과를 중시하다보니 뇌물과 ‘떡고물’은 당연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안 지사는 성숙되지 않은 지도자의 일탈이 사달을 냈을 것이다. 남들이 청춘을 만끽할 때 자신은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다는 영웅심은 그만의 선민의식을 만들었다. 크지 않은 일탈 정도는 서로 진영논리로 감싸주는 분위기 속에서 ‘권력자’로 군림했을 수도 있다.
이들의 나쁜 죄질을 옹호해줄 생각은 결단코 없다. 다만 일제강점기 이후 근대 100년의 한국사에서 가려진 부분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처럼 짧은 시간에 압축성장한 나라는 없다. 8·15 해방이후 UN의 원조로 끼니를 해결하던 나라가 이젠 세계 10위권 안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했다. 경제성장뿐 아니라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화를 이루었고, 성숙된 시민의식으로 월드컵과 올림픽을 훌륭히 치러냈다.
하지만 아직 청산해야할 문제들이 태산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뿐 아니라 안으로 성숙돼야 하는 것들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산재해 있다.
지금 당장은 아프고 창피하더라도 곪아터질 문제라면 깨끗이 도려내고 새 살이 돋게 해야 한다.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 건강한 역사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