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15일 미국의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할리우드의 유명한 영화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을 계기로, SNS에 자기 자신도 성범죄의 피해자라는 의미의 해시태그 #MeToo를 명기하자는 제안을 함으로써 미투 운동은 전 세계로 확산됐다. 이는 성범죄를 당한 모든 여성이 “나도 피해자”라는 고백을 함으로써 주변에 얼마나 많은 성범죄 피해자가 있는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다.
최근 우리 한국 사회에서도 때 아닌 미투 운동의 열풍이 기득권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사정기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검찰 내부에서 고위직 검사가 여성 평검사를 추행하였으며, 이에 문제제기를 한 당사자를 법무부 검찰국장이 사건을 덮으려 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줬다는 여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 발언은 대한민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고 갔으며, 본격적인 미투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이를 계기로 미투 운동은 사회 각계로 퍼져나가 원로시인 고은, 연극계의 대부인 연출가 이윤택과 원로 연극인인 오태석, 심지어는 유명 영화배우인 조민기·조재현·오달수에 대한 폭로까지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종교계와 학계에까지 폭로가 이어져 신부가 봉사활동을 하러 온 여신도를 강제 추행하였다는 사건, 한 대학에서는 남자 교수들 전원이 여성 제자들을 성추행 했다는 폭로를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 얼마나 많은 성범죄가 암암리에 퍼져있는지 분노를 넘어 참담할 뿐이다.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이번 성폭력 가해자들의 면면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소위 양심을 호소하고 지성을 대표한다는 분들이었다는데 충격을 넘어 허탈감만 남을 뿐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성폭력 행위가 아주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으며, 피해자들이 이를 고발해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을 뿐 더러, 심지어 대다수 피해자들은 각종 불이익을 우려해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유사 이래 권력은 대부분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관습화된 권력은 여성들을 비이성적으로 지배하는 결과물로 나타나는 것이 다반사였다.
특히 남존여비라는 유교적 질서의식에 젖어온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존재는 그저 남성의 부속물로 취급돼 왔고, 젠더 폭력은 권력을 가진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일종의 전리품으로 남용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투 운동을 단순히 사회 각 분야에 걸쳐 권력을 가진 남성과 그렇지 못한 여성들 사이에서 성폭력을 고발하는 단선적 행위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투 운동은 권력관계에서 강자에 의해 만연해온 강제적 폭력에 대한 약자의 처절한 저항이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에서부터 터져 나온 것이다. 미투 운동은 남성과 여성간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그 자체를 가진 세력 즉 기득권 세력에 의해 비이성적으로 저질러온 도구적 억압체제를 고발하는 하나의 몸짓이다.
문제는 미투 운동이 자칫 엉뚱한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아니면 말고 식의 거짓 폭로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미투 반대운동도 시작됐다고 한다. 모처럼 용기를 내서 시작된 권력남용에 대한 처절한 저항 의식이 이로 인해 희화화되거나 역풍을 맞아 그 본질마저 훼손될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