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도 등돌린 공연계… '미투운동' 직격탄 맞아
관객도 등돌린 공연계… '미투운동' 직격탄 맞아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8.03.0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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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성범죄 파문에 공연 취소·항의 등 '몸살'
성교육 강화 등 뒤늦은 보완책으로 관객 달래기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미투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공연계에 대한 지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미투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공연계에 대한 지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여배우의 성추행 피해 폭로로 시작된 ‘미투(Me too)운동’이 우리나라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특히 공연계는 잇따른 폭로로 직격타를 맞고 있다.

유명 연출가와 배우들이 성폭력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객들은 실망과 불신의 시선은 물론 직접적인 항의와 공연 등 환불 요청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에 크고 작은 공연이 취소되거나 취소 직전의 상황에 처했고, 공연 내용 중 관객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장면들은 수정·삭제가 진행되고 있다.

국공립단체와 극장들은 성폭력 관련 지침과 제도를 급하게 마련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이러한 타격은 자업자득이라는 냉소적인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 가해자 관련 공연 잇따른 취소… 불편한 공연 장면 수정 이어져

대중들과 관객들이 피해자들의 미투운동에 적극 공감하고 이를 지지하면서 수 년간 이러한 만행을 방치한 공연계 전반에 항의하는 의미로 공연 등의 예매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성추문을 폭로당한 윤호진 에이콤 대표의 뮤지컬 ‘명성황후’는 관람 취소가 잇따르면서 특히 오는 8일 해당 작품을 단체관람하려고 했던 서울YWCA가 예매를 취소하기도 했다.

아울러 윤 대표가 오는 12월 예술의전당서 공연할 예정이던 위안부 소재 뮤지컬 ‘웬즈데이’는 제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다른 가해자인 한명구 배우가 출연하는 연극 ‘에어콘 없는 방’도 공연을 개최할 예정이던 남산예술센터에서 취소를 확정했다.

남산예술센터 측은 “단순히 배우를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 과정 자체를 점검하는 것이 우선되야 한다”며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공연 내용 중 성범죄와 관련된 장면이 포함된 극은 해당 내용을 수정하고 있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제작사인 오디컴퍼니는 해당 작품에서 나오는 집단 성폭행 장면을 수정해 오는 4월12일부터 진행되는 국내 8번째 공연에 반영한다고 밝혔다.

뮤지컬 ‘삼총사’도 여성 편력이 심한 마초형 캐릭터인 ‘포르토스’의 설정을 수정할 예정이다.

위안부 뮤지컬 '웬즈데이'가 연출가 윤호진의 성추행 의혹으로 제작 무산의 위기에 놓이는 등 공연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사진=에이콤)
위안부 뮤지컬 '웬즈데이'가 연출가 윤호진의 성추행 의혹으로 제작 무산의 위기에 놓이는 등 공연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사진=에이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 극장·예술단체 뒤늦은 보완책 마련

미투운동에 직격탄을 맞은 공연계에 반성과 자중을 요구하는 시선들이 많아지면서 국공립단체와 극장들을 중심으로 최근 성범죄 방지 대책 마련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립극단은 협업 배우와 스태프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관련 지침을 마련하고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 신고·대응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한예종도 성추행 폭로에 대한 전담 TF팀을 구성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할 계획을 밝혔다.

서울예술단은 앞으로 진행하는 모든 공연에 필요한 계약서 조항에 성폭력 관련 조항을 추가하기로 했다.

두산아트센터도 자체 기획공연의 경우 안전교육 외에 배우나 제작진의 성희롱 예방과 인권·차별금지 관련 교육을 의무화하고, 계약서 상에 성범죄 관련 문제 발생 시 확실한 책임을 묻는 조항을 삽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