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복수할 것"… 극단적 선택한 성폭행 피해 부부
"끝까지 복수할 것"… 극단적 선택한 성폭행 피해 부부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3.0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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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무죄판결에 불복 항소심 진행 중… 가해자 성토 유서

성폭행 피해로 법정 싸움을 벌이던 부부가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4일 유족들과 경찰 등에 따르면 대전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성폭행 피해자 A씨(34·여)와 남편 B씨(37)는 전날 번개탄을 피우고 쓰러져 있는 채로 발견됐다.

두 사람을 발견한 펜션 주인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병원에 옮겨졌지만 숨졌다. B씨는 중태에 빠졌다가 이날 끝내 사망했다.

부부가 번개탄을 피웠던 현장에는 자신들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 이해해달라는 내용과 가해자에 대한 원망의 글로 채워진 유서가 발견됐다.

특히 이 유서에는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남편의 친구 C씨를 성토하는 글이 빼곡히 적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에는 "친구 아내를 탐하려고 모사를 꾸민 당신의 비열하고 추악함, 지난 1년간 우리 두 사람은 악몽에 시달려야해 했고 사람들 앞에서 웃고 있어도 사는 것이 지옥 불구덩이 였다"고 성토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유서는 "죽어서도 끝까지 복수하겠다"는 원망 짙은 문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에 등장하는 C씨는 충남 논산지역 폭력조직에서 활동하던 인물로, B씨의 지인이다.

그는 지난해 4월 이들 부부를 자녀를 해치겠다고 협박해 충남 계룡시의 한 숙박업소로 유인한 뒤 A씨를 성폭행했다.

이후 C씨는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졌으나 대전지방법원은 C씨가 부부의 지인을 폭행혐의만 일부 인정하고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불륜사실이 발각될 것을 염려해 남편에게 허위로 성폭행 당했다고 말했을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부부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항소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

검찰 측은 성폭행 피해 부부가 극단적 선택을 한 후 남긴 유서 내용을 검토한 후 증거 채택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은 두 사람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