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배구조 재편 시험대에…
삼성 지배구조 재편 시험대에…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3.0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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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주식 404만주, 5400어치 추가 매각
계열사·공익재단 활용 어려워
공정위 재단 전수조사도 부담
이 부회장 직접 매입 가능성
삼성그룹 지분구조도 (사진=KTB투자증권)
삼성그룹 지분구조도 (사진=KTB투자증권)

삼성그룹이 지배구조를 재편하고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 구축 노력에 삼성물산 주식 처분 방식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처분하도록 한 삼성물산 주식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공정위는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일부 내용을 변경하며 2015년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해 기존 순환출자가 ‘강화’가 아닌 ‘형성’됐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기존에 처분했던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에 더해 추가로 삼성SDI가 보유한 404만주를 매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물량을 시가로 환산하면 5400억원이다.

404만주 추가 매각은 공정위가 지난달 26일 기존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순환출자 금지 규정 해석지침 예규’로 제정하는 것을 의결함에 따라 이날부터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삼성물산의 위치를 보면 404만주를 어떻게 처분하느냐에 따라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작업,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 구축 노력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에서 삼성전자, 삼성SDI, 다시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다. 이 순환출자 구조는 이재용 부회장이 0.65%의 적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경영권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지분 중 총수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율 합계는 20%며 삼성물산은 이 중 4.65%를 가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17.23%의 지분율로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다. 여기에 이건희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더하면 39.08%로 삼성물산에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삼성SDI는 2.11%를 차지한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삼성물산 관련 보고서에서 “상장사는 공개매수가 아닌 특정주주로부터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기에 삼성물산이 삼성SDI로부터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계열사를 통해 매입할 수 있다. 하지만 계열사를 통할 경우 또 다른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돼 재매각 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공정위가 대기업 공익재단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며 공익재단을 활용하기도 힘들어졌다. 지난 순환고리 ‘강화’에 따른 500만주 매각의 경우 이 부회장이 130만5000주, 이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200만주를 매입하며 부담을 덜었다.

일반 투자자나 기관투자자들에게 매각할 경우 경영권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결국 경영권 유지를 위해 이 부회장이 직접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크게 점쳐진다. 지난달 초 서초사옥 매각에 나선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서초사옥의 최근 장부가액은 5600억원으로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매입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 경우 지난달 2심 재판에서 서울고등법원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은 없다”고 판결한 만큼 부담은 덜겠지만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 항소심을 앞두고 있는 만큼 논란거리는 피하는 것이 좋다.

김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여타 그룹을 둘러싼 외부환경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총수 일가나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이 일부를 취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