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확산에도 잠잠한 금융권… 비결은?
'미투 운동' 확산에도 잠잠한 금융권… 비결은?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03.04 13: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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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회식 문화 정착·사내 옴부즈만 제도·예방교육 등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8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 참가한 여성들이 '미투(me too)'가 적힌 모자를 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8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 참가한 여성들이 '미투(me too)'가 적힌 모자를 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금융권의 '119 회식' 문화가 재조명 되고 있다.

금융권은 고객의 돈을 관리·운용하는 특수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상명하복 기업문화로 여성 차별 논란이 지속돼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미투 운동에서 의외로 금융권은 한 발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이는 금융회사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총평이다.

4일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 업무는 감정 노동이다 보니 육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매우 힘든 직업”이라며 “이 때문에 회식에서 가급적 열외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119 회식 문화가 자리한 것이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119 회식이란 △한(1)가지 술로 △일(1)차만 △아홉(9)시 까지란 뜻이다.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성희롱 등 직원들이 불이익을 당했을 경우 회사가 위탁한 변호사와 상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옴부즈만 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보니 이번 미투 운동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 같다”고 강조했다.

보험과 증권 등 제 2금융권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성희롱 교육을 비롯해 내부자 신고 제도를 통해 여성 직원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분위기다.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 '꺼진 불도 다시보자'는 식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미투 운동 때문에 '회식자리를 없애라'는 등이 지침이 따로 내려오지는 않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성범죄 예방교육의 경우 1~2시간짜리 동영상물 하나 청취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간시험을 실시하는 등 성범죄 방지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희롱 예방교육은 '여성발전 기본법'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 직원이 연 1회 이상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금융당국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과거와 같이 2차 회식, 3차 노래방 등으로 회식이 이어지며 '끝까지 남아라', '마시고 죽자' 등의 기류는 2000년 이후 사라진지 오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