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대북특사' 내세우며 '중재외교' 본격화
文 대통령 '대북특사' 내세우며 '중재외교' 본격화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8.03.0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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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견인 위해 북미대화 필요
北 의중 파악 중요… '비핵화' 선결 과제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밤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밤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대북 특사 파견을 공식화해 귀추가 쏠리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특사 및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 것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이뤄지는 이번 대북 특사 파견은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를 계기로 북미 간 '최고위급 외교전'을 펼치며 양국의 대화 의지를 끌어낸 만큼 북핵 문제 해결에 진전을 이루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이번 특사 파견은 문 대통령이 그동안 북미 간 중재외교에 있어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결과에 따라 향후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 대화에 중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미대화는 지난 김여정 특사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제안했던 제3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핵심 중 하나인 만큼 중대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미국이 비핵화를 의제로 하지 않은 북미대화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 함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분명한 '확답'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방남했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문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고위당국자들과 면담에서 북미대화에 응할 용의는 밝히면서도 비핵화 의제에 대해서는 정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이 여전히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먼저 미국이 수용할 만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이에 따라 이번 특사 파견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인지 향후 북미대화를 위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지에 대해서 파악하는 것이 우선 순위라는게 문 대통령의 판단으로 보여진다.

긴밀하고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한 미국과는 달리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북 소통 채널이 겨우 복원된 점을 비교하면 사실상 북한의 태도를 우선순위로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드러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이 북미대화 성사에 일정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이를 위해서도 북한의 의중 파악은 최우선 선결과제로 남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백악관에서 열린 연례 회동에서 북한에 대해 "그들은 대화를 원하고 있으나 우리는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날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는 한국 외교부 담당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비핵화라고 하는 명시된 목표가 없는, 북한의 지속적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의 시간벌기용으로 끝날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북미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진정성있게 제시하며 핵·미사일 실험 동결 또는 모라토리엄(유예)과 같은 신뢰조치를 우선 취해야 한다는 입장 표명을 한 것으로 볼수 있다.

이러한 상황들 속에서 문 대통령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확실한 수단으로 '대북 특사 파견'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대북특사 파견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직접 확인하고 이를 미국 측에 전달해 북미대화의 자리를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낮은 단계라도 북미접촉이 이뤄지면 남북정상회담, 나아가 핵 폐기 논의를 위한 본격적인 북미대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계산까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백악관은 한미정상 통화 직후 성명을 내고 "북한과의 어떠한 대화도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으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분명하고 확고한 목표로 삼아 이뤄져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에 대해 언급했다"며 '비핵화 대화'에 방점을 찍었다.

따라서 대북특사를 통해서도 북미대화의 입구가 열리지 못한다면 문 대통령이 조기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북미대화가 남북정상회담의 충분조건이기는 하지만 필요조건은 아니라는 청와대 일각의 판단과도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 계획에 특별한 이견을 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대북특사 결과물을 미국과 잘 공유해달라고 반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조만간 대북특사 시기와 인물을 발표할 예정이며 한 관계자는 "대북특사 파견과 관련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내주 초 대북특사 세부내용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며, 대북특사 시기도 이달 중순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연합훈련이 오는 4월 예정돼 있지만 한미 양국이 평창동계패럴림픽 이후 공식 협의를 통해 훈련 일정을 발표키로 한 만큼 그 전에 특사 파견을 통한 결과물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북 특사 후보로는 서훈 국정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이낙연 국무총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의 이름도 나오고 있다.

남북문제 및 비핵화를 주도로 북미대화가 핵심 사안인 만큼 두 사안에 정통한 인사로 구성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