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엎친데 덮친격'
식품업계‘엎친데 덮친격'
  • 신아일보
  • 승인 2008.10.1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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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 파동에 이어 고환율까지 폭탄까지
수입 의존도 높아 난항…비용부담 치명적 식품업계가 멜라민 파동으로 곤혹을 치룬지 채 일주일도 되기 전에 환율 폭등이라는 또 다른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달 말부터 연일 폭등세를 기록한 환율은 8일,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고 수준인 1395원까지 치솟았으며 9일에는 장중 1480원대를 돌파한 가운데 당국의 개입으로 1379.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또 다음날인 10일에 등락을 거듭한 가운데 1309.00원으로 한 주를 마감했다.

이처럼 환율이 높아지면 원자재를 수입하는 업체들은 비용부담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특히 식품의 경우 자급률이 낮은 만큼 수입 의존도가 높아 난항을 겪는다.

CJ제일제당은 올해 경영계획을 세울 때 환율을 938원으로 계산했으나 현재 1200원까지 치솟아 연간 1000억 원의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CJ제일제당만 뿐만 아니라 제분업계 전반에 걸친 문제이다.

제분업체들은 올해 국제 원맥가격이 상승했다는 이유로 제품 가격을 세 차례나 인상해 여론에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그러다 지난 7월 말 정부의 물가안정정책에 힘입어 일제히 제품가격을 인하했다.

당시 제분업체들은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요인이 발생했다고 하기 보다는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일환으로 서민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가격인하를 단행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제분업계 관계자는 “당시 원맥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기도 했고 정부가 환율 정책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느 정도 안정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기에 제품가격을 인하한 것”이라며 “그러나 예상과 달리 환율이 급등해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

환율의 상승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밀가루 가격은 내린지 두 달 여 만에 다시 인상해야 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또다시 인상해야 한다면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지난 7월말 인하했던 가격보다 훨씬 더 많이 폭의 인상분이 반영될 수도 있다.

고환율로 가격인상의 압박을 느끼는 것은 밀가루뿐만의 일이 아니다.

다른 제품보다 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참치의 경우 천정부지로 치솟는 환율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참치는 수입의존도가 높고 수입 빈도수도 잦아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동원F&B에 따르면 참치 구입가격은 8월과 9월 동일한 1900달러였으나 환율에 따라 가격차이가 달러당 150원까지 나고 있다.

8월 참치를 구입할 당시 환율은 1050원이었던 반면 9월에는 1200원까지 올랐기 때문. 결과적으로 14.3% 가량의 비용이 늘어났다.

동원F&B 관계자는 “경영계획을 세울 당시 환율을 달러당 890원으로 계산했었으나 현재 1200원을 훌쩍 넘어 200원에서 많게는 300원까지 차이가 나는 상황”이라며 “환차손이 9월까지 약 160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달 말에 참치 가격을 인상한 만큼 제품가격 인상은 힘들 것”이라며 “참치의 구매 시기를 조절하거나 다른 부분에서 비용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식용유 제조업체나 설탕 제조업체 등과 같은 원료수입 업체들이 고환율로 인해 시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올해 유난히 식품안전문제로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아야 했던 식품업계가 진정국면에 들어서기도 전에 천정부지로 치솟는 환율로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됐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오기 전에 원료에 대한 자급률을 높였어야 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