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가 임박해 보인다. 검찰이 구체적인 조사 시점과 방식 등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달 중순께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월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지 약 1년 만에 전직 대통령이 또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사건이 반복될 예정이다.
최고통치권자가 임기 후 검찰의 수사를 받는 불행한 역사는 노태우,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이 네 번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5년 ‘12·12 및 5·18 사건’ 수사에 불응해 ‘골목성명’을 내고 고향인 합천으로 내려갔다가 체포됐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직접 수사를 받지는 않았지만 아들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구속되기도 했다. 최근 30년 동안 최고 권력이 임기를 마친 뒤 검찰 조사를 받았고 구속 수감되는 일이 되풀이 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전 대통령이 소명해야 할 범죄 혐의가 시간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그 첫 번째로 재임 기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다. 현재 검찰이 공소장을 통해 범죄 혐의가 있다고 결론 낸 유일한 혐의이기도 하다. 검찰은 4억 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기소 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김 전 기획관을 ‘방조범(종범)’으로 규정했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사건은 금품거래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 김진모 전 민정1비서관,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이 각각 1억원 상당의 미화, 5000만원, 10억원의 특활비를 받은 의혹을 수사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다스의 ‘BBK 투자금’ 회수 과정을 둘러싼 여러 의혹도 검찰이 따져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가 미국에서 진행한 ‘BBK 투자금 140억원 반환 소송’ 과정에 LA 총영사관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있다. 투자금 반환 경위를 수사하던 검찰은 삼성전자가 다스의 미국 소송비 370만달러를 대납한 단서를 확보하기도 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인사 청탁과 함께 이 전 대통령 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8억원을, 이 전 대통령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에게 14억여원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새로 드러났다. 대보그룹이 관급공사 수주에 편의를 봐달라며 수억 원을 이 전 대통령 측근 인사에게 건넸다는 의혹까지 추가됐다.
영포빌딩의 지하창고에서 이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문건이 다량 발견된 것과 관련해 검찰은 이미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주요 관련자들을 입건했다. 이 부분 역시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이 전 대통령이 이미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에 나선 만큼 전 전 대통령의 사례처럼 수사를 전면 거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유지할 경우 검찰이 신병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달 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한 선고가 있을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단죄가 일단락되는 시점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상납 등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되는 것이다.
국가적으로 큰 불행이지만 범죄를 저지른 최고 권력도 단죄한다는 사회 정의를 세워야 한다. 이를 통해 이런 ‘흑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