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투’(Me Too), 즉 ‘나도 당했다’는 유명인들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들의 폭로가 SNS를 통해 이어지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유명인들의 추잡한 민낯이 드러나고 그들에게 사회적 사망선고가 내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법계에서 시작해 문화계는 물론 종교계, 대기업 등으로 미투 바람이 확산되는 양상이며, 특히 대학가에서는 미투 핵폭탄이 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회 저명인사들은 일반인에 비해 당연히 체면을 중요시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면에서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성폭력을 저지르고 있었다는데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명성이 곧 권력과 부의 원천이 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 스스로를 그럴싸하게 포장하면서도 그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데도 프로선수급이다.
대중들은 그 겉모습만 보고 그들을 추앙하고 한없는 동경을 품는데 각계의 그렇게 많은 유력인사들이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인류학적으로 그렇듯이 대부분의 피해자는 여성이며, 우월적인 권력을 지닌 위치의 남성들이 가해자다. 연기지도를 빌미삼고, 직원들과 소통을 핑계삼는 등 갖가지 이유를 대며 자신들의 욕망을 채워왔던 것이다.
다수의 피해자들이 있었음에도 가해자의 부당함에 서로 쉬쉬하고 더러 주변인 중에는 가해자에게 동조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권력형 성폭력이라는 데서 사회적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피해자들은 수치심과 자신의 분야에서 불이익 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에 피해를 당하고도 말 하지 못했을 것이 이해가 된다지만 주변에서 부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조하고 동조한 인간들의 심리는 뭘까?
“나는 알고 싶었다. 왜 정의롭지 못한 권력자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는지” 이 말은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박사가 1961년 ‘부당한 권위에의 복종’ 실험을 하고 남긴 말이다. 실험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부당함에도 사람들이 저지른 잔혹한 만행에 대한 심리연구가 목적이었는데 체벌이 학습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라고 속이고 진행됐다. 실험자(감독관)는 피실험자(교사역할)에게 연기자(학습자역할)가 문제를 틀릴 때 마다 전기충격을 주게 했다. 전기충격은 15V부터 시작해 450V까지라고 알려줬다. 물론 전기 충격기는 가짜였으며 연기자는 고의로 문제를 틀리고 전기충격에 고통스러운 연기를 했다. 실험 중간 연기자의 비명소리에 피실험자들이 실험을 중단하려 할 때마다 감독관은 “괜찮아요. 제가 책임집니다. 진행하세요”라고 이야기 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무려 65%에 달하는 사람들이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실험을 중단할 수 있었음에도 450V까지 전압을 올리며 권위에 복종하는 모습을 보였고 12.5%만이 300V 이하에서 실험을 거부했고 나머지는 450V 이하에서 거부했다.
실험은 인간이 얼마나 권력 앞에서 부당함에 맞서기 어려운 존재인지 보여줬다.
권력을 앞세운 성폭력에서 피해자들이 얼마나 침통하고 자괴감이 들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조차 없으며, 주변의 방관자들과 조력자들은 그들에게 복종을 선택한 자유로운 노예들이었다. 권력형 성폭력은 사회의 악질적 범죄다. 법이 필요하면 만들고, 제도가 가로막으면 깨뜨려서라도 가해자들을 사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피해자들의 용기가 헛되지 않도록 사회적 공감대와 시스템을 만들어 가해자들이 다시는 자숙이라는 셀프속죄로 가증스러운 얼굴을 이 사회에 내밀지 못하도록 국가와 국민의 정의로운 단죄가 내려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