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으로 조성된 한반도 위기의 해빙무드를 문재인 대통령이 어떻게 풀어내는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평창 이후’의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 ‘중재외교’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어렵게 만들어진 대화의 동력을 제대로 살려나가지 못하면 오히려 평창올림픽 이전의 상황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개회식과 폐회식을 무대로 한 최고위급 외교전을 통해 북한과 미국으로부터 대화 의지를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지난 10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만남이 불발됐지만, 그 과정에서 북미간의 기류에 변곡점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최대 압박’을 공언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계기로 북미 간의 고위급 접촉을 사전 승인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최측근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평창으로 보내 북미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위기의 핵심축인 북한과 미국 간에 최소한의 대화 분위기 조성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 정상 차원의 ‘의향 교환’으로 북미대화의 기초여건이 마련됐지만 최대 이슈인 핵문제를 대화의 의제로 올리기까지는 험난한 길이 남아있다.
미국은 적어도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 또는 진정성을 표시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북미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비핵화 의제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입장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아쉽게도 폐막식에 참석했던 북미 대표단의 만남은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국대사관은 26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맞춰 방한한 미국 대표단은 북한 인사와 어떠한 접촉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5일 남한에 온 북한 고위급 대표단에 대미외교를 담당하는 최강일 외무성 부국장이 포함되면서 미국 대표단의 수행원 자격으로 방한한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과의 접촉 가능성이 주목됐었지만, 미국측 언급으로 비춰 볼 때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북미 간에 물밑 접촉 시도가 전혀 없었는지 혹은 어느 일방이 수용하지 않았던 것인지 등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제 문 대통령이 확실한 ‘중재외교’를 펼쳐 의미 있는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북미대화 용의를 밝힌 북한 대표단에 비핵화 대화의 중요성을 직접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고, 핵동결을 입구로 하고 폐기를 출구로 삼는 ‘2단계 해법’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대표단은 직접적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경청한 것으로만 알려졌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귀환보고 때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가 전달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데 있어 중국의 역할도 중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과거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의 지위로서 북한이 비핵화 대화의 장에 나서도록 또 다른 중재역할을 맡아줄 것을 종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라는 두 개의 바퀴를 제대로 굴려나가는 것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