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펜스' 회동 불발은 아쉽지만 여건 성숙 계기
북미 대화가 좀처럼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중재외교'에 전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22일 청와대에 따르면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이 방한하며 이틀 뒤인 25일에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한다.
이에 따라 북미간 접촉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개회식 때와는 달리 폐회식을 계기로 한 북미 간 별도의 회동을 주선하는 노력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 10일 김여정 제1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만남을 계획했지만 북측이 약속시간 2시간 전에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펜스 부통령이 (북한 대표단과의 만남) 기회를 잡을 준비가 돼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의 보도를 국무부가 인정하면서 북미간 접촉 시도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이처럼 북미간 고위급 회동이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불발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무리하게 양측이 마주앉는 것은 청와대로선 부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 평창을 찾는 북한과 미국 대표단이 함께하는 모습은 25일에 열릴 폐회식이 유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김 위원장과 이방카 선임고문이 모두 문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가 예정돼 있어 차후에 북미 대화가 이뤄지도록 다시금 분위기를 다지는 '중재' 노력은 충분히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방카 고문과 김영철 부위원장 등 미국과 북한 대표단을 잇따라 각각 만나지만, 그들을 통해 북미 대화에 대한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서라도 북미대화 등의 성숙된 여건이 필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북미가 자연스럽게 대화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된 바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는 데까지는 적잖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앞서 북미 최고위급 회동이 불발된 것도 아쉽긴 하나 오히려 여건을 성숙시키며 더 의미있는 대화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점이 될 수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번 회동 시도를 계기로 북미 정상 차원의 대화 의지가 확인됐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앞으로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일각에서는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