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준 선수를 사랑하는 분들이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러신 것 같아요. 저는 괜찮아요.”
지난 18일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메달 수여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서이라는 기쁨의 환호 대신 담담한 웃음을 보였다. ‘팀킬하고 획득한 메달’, ‘후배 짓밟고 올라오니 좋냐’ 등 온갖 악플 세례를 받은 뒤 모습이었다.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 함께 출전했던 임효준과 서이라는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미끄러졌다. 누구도 예상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이라는 뒤늦게 일어나 결승선을 향해 달렸고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팀킬’을 했다는 무분별한 악플 세례였다.
서이라 만의 얘기가 아니다.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최민정이 실격된 뒤 동메달을 목에 건 캐나다의 킴 부탱도 자신에게 가해지는 악플 테러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해야 했다.
악플 마녀사냥이이라는 우리 인터넷 문화의 고질병이 자국에서 개최되는 이번 올림픽에서까지 여러 선수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선수는 경기에서 양보할 수 없는 경쟁자로 만나 최선을 다해 승부를 겨룬다. 그런 선수들을 판정하는 것은 오직 심판의 몫이다.
그런데 일부 네티즌들은 빗나간 애국심에서 빚어진 악플 테러를 가해 평창올림픽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식과 문화를 한 단계 발전시켜야 할 올림픽에 이처럼 악플이 걸림돌이 되는 모양새는 곤란하다.
얼마 남지 않은 평창올림픽이 모두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기 위해서 건전한 네티즌 의식 고취를 위한 반성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모든 발전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모두가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에 앞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보는 성숙한 의식을 갖추길 바란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렸다. 빈곤했던 시절에도 칼같은 예의범절로 선조들이 일궈낸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신아일보] 박정원 기자 jungwon93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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