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태움 문화', 병원의 저비용 인력정책이 문제"
"간호사 '태움 문화', 병원의 저비용 인력정책이 문제"
  • 문경림 기자
  • 승인 2018.02.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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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박사논문 "인력확충 등 병원 업무 개선 필요"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간호사 '태움 문화'의 원인이 병원들의 저비용 간호사 관리정책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병원들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경력직 간호사가 떠난 자리에 신규간호사를 채우고 전체 인원은 늘리지 않으려는 게 태움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다.

유선주(목포대학교 간호학과 교수)·김진현(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김윤미(을지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연구팀은 전국 1042개 병원의 2010년과 2015년 간호인력을 비교한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매년 간간호대학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신규간호사는 2009년 1만1709명에서 2014년 1만5411명으로 32% 증가했으나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간호 인력이 개선된 의료기관은 19.1%(199개)에 불과했다.

그 외에 조사대상 병원의 70.1%(730개)는 인력 수준이 변화하지 않았고, 10.3%(113개)는 오히려 수준이 악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현상은 병원 측이 경력 간호사의 이탈을 막기 위해 처우를 개선해주기 보다는 다소 저렴한 인력인 신규 면허 취득자로 빈자리를 채우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수많은 간호사를 배출하는 데도 불구하고 병원이 전체 간호인력 총 숫자는 늘리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싼값에 간호 인력을 부리기 위해 신규간호사만 채용하고 떠나는 경력자는 방치하는 게 아닌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구조는 결국 숙련된 경력자의 부족을 야기하고 그 자리를 서툰 신규간호사가 채워야하면서 긴급한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없게 된다.

그럼 신규간호사에 대한 상사의 과한 질책과 감정적 비난은 결국 '태우는' 문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김 교수는 "중환자실 업무는 숙련된 간호사가 맡고 신규간호사는 일반 병동 등에서 충분히 분위기를 익힌 후에 투입돼야 한다"면서 "경력 간호사에게 적정한 수준의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간호인력 수를 증원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간호과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JKAN·Journal of Korean Academy of Nursing) 최근호에 실렸다.

[신아일보] 문경림 기자 rg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