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앓는 노모 살해… 대법, '징역 10년' 판결 파기
치매 앓는 노모 살해… 대법, '징역 10년' 판결 파기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02.2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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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상해치사 직접적 증거 없어…다시 판결"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치매를 앓고 있는 노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0년이 선고된 60대 남성에게 대법원이 직접적 증거가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노모(62)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법의학자의 감정 의견서 등에 비춰 피해자가 넘어져 단단한 물체에 부딪쳐 상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높고 의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며 "부검감정서 등만으로는 충격에 의해 상해가 발생했다는 점 외에 노씨가 구체적으로 상해를 가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의 부검기록과 신체 사진 등을 보면 피해자가 방어하면서 생긴 흔적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노씨는 10년 넘게 혼자 모친을 모시고 별다른 문제없이 살아왔고 특별한 경제적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범행 동기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은 객관적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여러 점에 대해 면밀히 판단하지 않고 관련자들의 추측성 진술에만 의존해 유죄를 인정했다"며 "형사재판에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노씨는 2015년 10월 경북 성주군의 자택에서 노모의 얼굴을 내려찍는 등 폭행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노씨의 신고로 병원에 옮겨진 피해자는 사흘 뒤 뇌손상 및 경추골절 등으로 숨졌다.

당시 노씨는 노모가 넘어져서 다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수사당국은 노모의 신체가 비교적 건강했던 점, 부검결과로 볼 때 폭행이 의심되는 점, 제3자의 침입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그를 기소했다.

1·2심은 노씨를 유죄로 판단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부는 '전원일치 유죄'를 평결한 배심원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징역 6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노씨 어머니의 부상 정도가 심해 폭행에 의한 상해가 의심되며 행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점, 평소 술 마시면 폭력적으로 바뀌는 점 등을 들어 징역 6년을 선고한 1심 형량보다 높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