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인데 평창올림픽 때문에 안된다고?
충청도인데 평창올림픽 때문에 안된다고?
  • 이창수 기자
  • 승인 2018.02.2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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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울리는 얄팍한 대행사 상혼
회원우선 지침 이유 들어 오티 대행계약 일방 취소
알고보니 다른 대학이 같은 날·같은 장소에서 행사
기사내용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기사내용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개강을 앞두고 신입생환영회(이하 오티)를 준비하던 한 대학의 학생회가 계약대행을 맡겼던 대행사로부터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 받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특히 학생회 측은 대행사 측이 학생 수가 많은 다른 대학과의 계약을 위해 먼저 한 자신들과의 계약을 파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부랴부랴 다른 장소를 찾아 수십년째 이어져온 오티를 진행할 수 있게는 됐지만 신의를 저버린 대행사의 얄팍한 상혼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결국 더 큰 수익을 쫓는 기업의 논리에 막 걸음마를 시작한 대학 새내기들이 깊은 상처를 받았다는 것이다.

21일 A대학 학생회의 한 관계자는 "행사 한 달을 앞두고 계약 대행을 맡긴 대행사 프로마이스로부터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유명 리조트 계열사인 한 콘도에 예약을 했는데 평창올림픽이 열리면서 회원을 우선배정하라는 지침에 따라 회원을 받아야 해서 예약 취소 통보를 받았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 콘도는 평창과는 멀리 떨어진 충청도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학생들은 이런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A대학 학생회는 지난달 22일 오후 8시 프로마이스와 오티 계약을 대행키로하는 서면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인 30일 오후 10시 프로마이스로부터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마이스는 학교를 찾아 "최대한 방을 구해보려 했지만 평창올림픽 건으로 회원들이 (충청도로) 넘어오면서 잔여객실들이 부족해졌다"며 "결국 행사불가판정을 받아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즉 계약해지 사유가 해당 날짜에 리조트 회원들이 아닌 다른 단체들은 콘도를 이용할 수 없게 된 때문이라는 설명인 것이다.

계약서에 명시된 행사취소 통보 기간을 넘기지는 않아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행사가 임박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오티를 준비하던 학생들은 새로운 대행사를 구하는 등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도의적인 비난에서는 상당부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A대학의 한 학생은 "B대학도 우리와 같은 날짜, 같은 장소에 오티를 간다고 들었다"며 "결국 프로마이스가 거짓말 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프로마이스 측은 A대학 학생회에게 "그쪽은 다른 날짜에 다른 장소로 진행 중이다"며 "(만약 객실여유가 있어 행사진행이) 가능하다면 (먼저 계약한) A대학을 받아야지 B대학을 받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사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일단 행사를 무사히 잘 마무리하는 것으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싶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결국 A대학 학생회 측은 임박한 일정 속에 다른 오티 장소를 물색해야 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B대학이 동일한 날짜에 동일한 장소에서 오티를 진행한다는 얘기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마이스 측의 설명대로라면 회원들에게 객실이 우선배정돼 학생단체를 받을 수 없어야 함에도 뒤늦게 예약한 B대학 학생회가 버젓이 객실을 잡은 것이다.

B대학의 오티를 준비하는 학생회 관계자는 "이런 사실을 몰랐다"며 "우리도 같은 학생회 입장으로써 그저 기획사에 계약 대행을 맡겼을 뿐 다른 대학에 피해를 입힐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프로마이스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답변하고 싶지 않다"는 답변만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