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편요금제 도입 진통…해법은?
[기자수첩] 보편요금제 도입 진통…해법은?
  • 이창수 기자
  • 승인 2018.02.2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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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통신비 인하정책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보편요금제' 도입이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저소득층 등 통신약자를 위해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해왔다. '월 2만원 수준의 요금으로 음성 200분 이상, 데이터 1GB 이상을 제공'하는 보편요금제를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출시토록 함으로써 연쇄적으로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출범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8차례나 회의를 거쳤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마지막 9차 회의만을 남겨놓고 있다.

협의회 의장이 "이통사가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의지의 문제"라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이통3사는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면 안 되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장치산업 기반 약화', '5G 투자 여력 감소' 등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 하고 있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들은 공익적 차원에서 약자를 배려한다는 취지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기업이기 때문에 셈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미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현재의 요금체계가 완전히 무너져 통신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강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다. 통신산업은 장치산업의 특성상 요금수익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유영상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은 지난해 11월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민간의 통신 서비스 요금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통신사 입장에서 수용이 어렵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저소득층 등 통신약자를 위해 도입한다는 보편요금제는 취지부터 아름답다. 게다가 업계의 양보만 있으면 충분히 실현가능하다는 점에서 허황된 정책은 아닌 듯 싶다.

그러나 셈을 하고 있는 기업에게 도의적인 잣대를 막무가내로 들이밀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타협에 이르는 합의의 장은 이미 마련됐고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갈등의 양상은 명백히 파악됐다. 이제는 정부가 나설 차례다. 단순히 마지막 9차 회의 이후 국회로 넘겨 티격태격 싸우는 것을 방관만 할 것이 아니라 업계 입장에서 안건을 '조정'해야 할 때다.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서로 다른 목소리의 중간점에서 양자를 평균으로 끌어당길 필요가 있다.

국회로 넘어가기 전에, 대규모 5G 투자와 연쇄적 요금인하 압박을 동시에 받는 이통사의 재정 부담을 덜어 주는 일련의 조치로 타협을 볼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있다.

국민 여론은 이미 보편요금제로 돌아섰기 때문에 업계는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쓴 약을 먹이기 위해서는 뭔가 단 것을 먼저 먹여야 하듯, 정부가 꺼내들 사탕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