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참사 '김보름 사태'… 국민청원·후원중단 후폭풍 일파만파
예고된 참사 '김보름 사태'… 국민청원·후원중단 후폭풍 일파만파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8.02.20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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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중계 방송 캡처)
(사진=SBS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중계 방송 캡처)

여자 팀추월에 출전한 김보름이 노선영을 비웃는 듯한 뉘앙스의 인터뷰 후폭풍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무대에서 ‘국가적 망신’이라는 지적까지 나온 이번 사태는 사실 이미 예고된 참사였다.

앞선 인터뷰에서 노선영은 팀추월 훈련을 단 한 번도 함께 한 적이 없다고 폭로한 바 있다.

전명규 빙산연맹 부회장의 주도 속에 김보름은 한체대 빙상장에서 따로 훈련을 진행했고, 노선영은 태릉선수촌에서 단거리 선수들과 훈련했다.

이 같은 차별은 선수간의 불화를 만들었고, 올림픽에 같이 출전하는 한 팀임에도 선수들의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지난 6일 올림픽 공식 훈련 기간 중 처음으로 함께 빙판에 오른 노선영과 김보름은 훈련 시간 동안 단 한 번의 대화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서로 눈도 마주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냉랭함은 당연히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19일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은 김보름을 필두로 노선영과 박지우가 한 팀을 이뤄 출전했다.

팀추월은 세 명의 선수가 조직력을 바탕으로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종목이다. 개인의 활약 보다는 팀워크가 중요한 것.

하지만 김보름과 박지우는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두고 돌연 스피드를 올리면서 노선영과 호흡이 전혀 맞지 않은 질주를 펼쳤다.

결국 노선영은 다른 두 선수와 멀찌감치 떨어진 채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은 3분03초76. 전체 8팀 가운데 7위를 기록했다.

경기 내용 자체도 문제였지만 논란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시작됐다.

인터뷰에서 김보름은 “중간에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뒤에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아쉽게 나왔다”면서 “선두의 랩타임은 계속 14초대였다”고 말하며 노선영을 탓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심지어 김보름은 노선영을 가르치는 말을 하던 도중 말끝을 흐리고 '풋' 하고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박지우도 “의사소통 문제도 있고, 사실 선영이 언니가 이렇게 될 거라는 생각을 아예 안 했던 건 아니었는데 저희가 기록 욕심도 있다 보니까"라고 노선영을 겨냥한 듯한 언급을 이어갔다.

게다가 두 사람은 경기 후 고개를 숙인 채 낙담하고 있는 노선영을 보고도 외면한 채 자리를 떠나는 모습까지 보였다. 노선영에게 다가간 것은 밥 데용 코치가 유일했다.

경기 전부터 시작된 차별은 선수간의 냉랭함을 만들었고 결국 많은 국민들의 마음에 분노를 일으키는 비극으로 끝났다.

이는 김보름·박지우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국민 청원 참여자가 하루 만에 20만명 이상을 기록하며 답변 기준을 충족한 청원 중 최단 기간이라는 불명예도 세웠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는 이번 사태가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자 김보름에 대한 후원계약을 이달 말까지만 하기로 결정했다. 네파 관계자는 이날 “계약 연장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에서 팀워크 논란이 제기받은 한국 김보름 선수가 20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에서 팀워크 논란이 제기받은 한국 김보름 선수가 20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번 사태로 선수들뿐만 아니라 빙상연맹과 스태프 등을 향한 책임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빙상연맹 측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에 나섰으나 상처입은 국민들의 공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아일보] 고아라 기자 ar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