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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분리된 열정’
[기자수첩]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분리된 열정’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8.02.20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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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ion connected’(하나된 열정)

평창 동계올림픽의 슬로건이다.

IMF, 국정농단 등 국가적 위기 때마다 하나로 뭉쳐 이겨내던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멋진 슬로건이라는 사견이다.

물론 원론적으로는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선전하기를 응원하는 문구다.

그러나 19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에 출전한 우리나라 대표팀이 보여준 모습은 ‘passion separated’(분리된 열정)에 가까웠다.

대표팀의 노선영 선수는 김보름·박지우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한참 후에 따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선두에 있던 노선영 선수가 체력안배를 위해 뒤쪽으로 자리를 옮긴 순간 갑자기 앞의 두 선수가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선두에서 바람의 저항을 받아낸 노선영 선수는 갑작스러운 속도에 따라붙으려 애를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두 선수 중 한명은 인터뷰에서 “노선영 선수가 뒤처진 것을 알았지만 기록 욕심에 앞서갔다”고 말했다.

팀추월의 기록은 맨 뒤의 선수의 결승점 통과를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저 선수의 멘트는 팀 추월의 규칙을 모르거나, 노선영 선수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두 가지 경우 모두 국가대표로서 자격 미달이다.

경기 직후 노선영 선수는 고개를 떨구는 등 좌절한 듯한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곁에 외국인 코치 외에 같은 팀 선수와 코치들은 없었다.

팀추월이라는 단어를 상대 팀이 아닌 같은 팀을 추월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한 것 같은 대표팀의 모습에 국민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다.

이쯤에서 지난 올림픽 대회 중 비슷했던 장면 하나를 소개한다.

지난 2010년 벤쿠버 올림픽 여자 팀추월 준결승 경기에서 독일이 좋은 페이스를 유지한 채 마지막 바퀴에 접어들 즈음 마지막 주자가 뒤처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앞서가던 나머지 2명의 선수들이 결승선 통과 직전 속도를 늦추고 마지막 주자를 기다려 함께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기를 보던 관중들은 독일의 탈락을 기정사실화 했지만 놀랍게도 결과는 독일팀의 0.2초차 승리였다.그리고 이들은 결승에 올라 다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독일의 팀워크는 팀추월이라는 종목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한 퍼포먼스였다. 반면 이날 우리나라 여자 팀추월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는 경기 기록이나 당사자 간 이해관계를 떠나 팀 스포츠에서 절대 나와서는 안되는 모습이다.

더군다나 평창 올림픽을 통해 우리나라는 북한을 비롯한 전 세계와 ‘connected’하려는 노력으로 외신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왔다. 그래서 이번 ‘separated’된 대표팀의 모습이 더욱 씁쓸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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