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의 설 연휴 동안 식탁이나 술자리에서 많은 이슈들이 대화의 주제로 올랐다.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 소식부터 남북정상회담 개최 여부, 6·13 지방선거의 향배 등 소재는 풍성했다. 희망 섞인 얘기만 있던 것은 아니다. 국정농단 장본인인 박근혜·최순실의 해묵은 뉴스는 올해 설에도 다시 회자됐고, 검찰 소환이 불가피해 보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자들에 대한 갑론을박은 지역에 따라 온도차가 뚜렷했다.
설 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정치·사회를 비롯해 각 분야에서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은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잘 마무리해야 한다. 사고 없는 경기진행 등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전 세계인이 바라보는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림픽 개막에 맞춰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방한으로 물꼬를 튼 남북대화 분위기를 북미대화로 연결시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내야 할 과제도 풀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평창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고 전제한 뒤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한 성급한 관측과 높아진 기대감에 대해 문 대통령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문 대통령의 수위 조정 뒤에는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위해서는 북미간의 대화가 우선 돼야 한다는 현실인식이 깔렸다.
특사로 방한한 김여정의 ‘이른 시일 내’의 방북요청에 문 대통령이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답했던 것도 결국 북미대화 조성의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앞으로 일주일 남은 평창올림픽 폐막 때에는 남북 또는 북미 간 어떤 대화들이 오가며 진일보한 평화메시지가 나올지 기대해 본다. 이런 과정 속에서 평창올림픽 이후로 미루었던 한마군사훈련의 규모나 일정이 어떻게 조정될지도 관심이다. 현재까지는 연기됐던 한미군사훈련이 예정대로 시행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연일 이어지는 북한의 관계개선 의지나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변화가 가능할 것이란 예측들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설 연휴를 기점으로 6·13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로 돌입했다. 이미 여러 곳에서 출마의 변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각 정당들도 속속 선거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지자체장 선거는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지방분권 시대를 맞아 지자체장들이 중차대한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어서 치열한 각축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 한국 정치지형도에서 다당제의 안착이 가능할 것인지 가늠하는 선거이기도 해서 각 정당들은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면초가에 빠진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 인사들의 대처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검찰조사에서 줄줄이 혐의를 시인했고,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다스 소송비 대납을 당시 청와대에서 요청했다고 자수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이 법무팀을 중심으로 대처방안 마련에 들어갔다는 뉴스는 시기가 임박했음을 암시한다.
설은 음력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명절이다. 새해 한 해를 시작하면서 각 분야별로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을 점검해 결실을 얻는 한해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