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메르스 초기대응 미흡, 국가에 책임 있다"
法 "메르스 초기대응 미흡, 국가에 책임 있다"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8.02.1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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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30번 환자 소송서 승소… "승소 판결 이례적"
재판부 "최초 신고 당시 대응 부실해 감염 확산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5년 발생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국가가 초기 방역이 실패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송인권 부장판사)는 이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가 10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동안 다수의 메르스 환자가 국가와 해당 병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국가가 환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은 이례적이다.

메르스 30번 환자인 이씨는 지난 2015년 5월22일 발목을 다쳐 대전의 대청병원에 입원했다가 메르스 16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쓰게 되면서 메르스에 걸렸다.

또한 16번 환자 역시 다른 병원에서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쓰다가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이씨는 메르스 완치 판정을 받은 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국가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그러나 이어진 항소심에서는 국가가 초기 방역에 조금만 더 주의했다면 이씨까지 이어진 메르스 감염 경로를 차단할 수 있었다며 국가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1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최초 의심환자로 신고됐을 때 질병관리본부가 진단검사나 역학조사를 지연한 점이 과실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번 환자는 지난 2015년 당시 중동에 다녀왔고,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5월18일 오전 이 환자가 메르스 보균이 의심된다며 의심환자 신고를 하고 진단검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 요청을 거부했다가 다음날인 19일 오후에야 조사에 나섰다. 결국 1번 환자는 최초 의심신고 이후 2일이 지난 5월20일 오전 6시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재판부는 "1번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 과정에서도 밀접하게 접촉한 자 외에는 조사하지 않아 감염을 제대로 막지 못했던 점도 인정된다"고 지적하며 국가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