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여자 단원에게 안마 시켜"… 연극계도 '미투' 확산
"이윤택, 여자 단원에게 안마 시켜"… 연극계도 '미투' 확산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02.1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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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 페이스북 캡처)
(사진=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 페이스북 캡처)

연극계에도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번지고 있다.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모 연출가가 자신을 성추했다고 폭로했다.

김수희 대표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10여 년 전 지방 공연 당시 모 연출가로부터 성추행 당한 일을 공개했다.

김 대표는 “10년도 전의 일이다. 극단 일이 워낙 많고 힘들다 보니 버티는 동기가 거의 없었고 내가 중간 선배쯤 되었을 때다”면서 “오구 지방공연에 전 부치는 아낙으로 캐스팅이 됐다. 주로 사무실에서 기획 업무를 많이 했지만 공연이 많다보니 나같이 연기에 재능이 없는 사람도 작품에 투입이 됐었다”고 했다.

이어 “여관방을 배정받고 후배들과 같이 짐을 푸는데 여관방 인터폰이 울렸다. 밤이었다. 내가 받았고 전화 건 이는 연출이었다, 자기 방 호수를 말하며 지금 오라고 했다. 왜 부르는지 단박에 알았다. 안마를 하러 오라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김 대표는 연출가에 대해 “그는 연습 중이든 휴식 중이든 꼭 여자 단원에게 안마를 시켰다. 그게 본인의 기를 푸는 방법이라고 했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작업을 이어나갈 수가 없다고 했다. 안 갈 수 없었다. 그 당시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누워있었고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 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고 적었다. 김 대표는 이후 이 연출가가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요구했고 ‘더는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방을 나왔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대학로 골목에서, 국립극단 마당에서 그를 마주치게 될 때마다 나는 도망다녔다. 무섭고 끔찍했다”면서 “그가 연극계선배로 무엇을 대표해서 발언할 때마다, 멋진 작업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의 기사들을 대할 때마다 구역질이 일었지만 피하는 방법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제라도 이 이야기를 해서 용기를 낸 분들께 힘을 보태는 것이 이제 대학로 중간선배쯤인 거 같은 내가 작업을 해나갈 많은 후배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 대표는 폭로 글에서 연출가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당시 그가 출연했던 지방 공연 연극이 ‘오구’라고 쓰며 우회적으로 암시했다.

김 대표가 글에서 언급한 연극 '오구'는 이윤택이 극작가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이 연출은 대한민국 최초 연극상인 동아연극상의 역대 최다 수상자이기도 한 연극계 대표 연출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