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해외로 눈 돌리는 현대·기아차
국내서 해외로 눈 돌리는 현대·기아차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2.1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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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국내 생산 비중 44%…317만대 2010년來 최저
높은 인건비·낮은 생산성 탓에 ‘脫한국’ 가속화될 듯
현대자동차 체코공장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체코공장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국내 자동차 시장 60%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국내 생산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비중은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국내 생산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4%로 떨어졌다. 현대·기아차가 생산하는 자동차 10대 중 5~6대는 해외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2006년 73.3%에 이르던 현대·기아차 국내 생산 비중은 2012년 49%로 처음 50% 밑으로 내려갔다. 이어 2013년 45.7%, 2014년 44.8%, 2015년 44.8%, 2016년 41%로 해외 생산 비중이 늘어갔다.

지난해는 중국·미국 등 현지 생산 차량의 판매가 부진해 국내 생산 비중이 44%로 3%p 늘었다. 하지만 생산 대수는 2016년 323만대에서 317만대로 줄어 2010년 316만대 이후 최저 생산량이다.

이와 같은 추세에 따라 지난해 국가별 자동차 생산량 순위에서 한국은 세계 자동차 생산 10대 국가 중 유일하게 최근 2년 연속 생산량이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생산량은 411만4913대로 2016년과 비교해 2.7%가 줄었다. 7위 멕시코와는 4만대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현대·기아차는 1996년 아산공장 준공 이후 국내에 신규공장을 건립하지 않고 있고 2013년 기아차 광주공장 이후 증설 또한 없었다.

현대·기아차의 해외공장 설립 시기는 국내 신규공장 건립이 중단된 시점과 맞물린다. 현대차는 미국·브라질·터키·러시아·체코·인도·중국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고 기아차는 중국과 미국, 슬로바키아에 생산공장이 있다. 현대차 해외 공장은 1997년 터키공장을 시작으로 인도 1998년, 중국 2002년, 미국 2005년, 체코 2007년, 러시아 2010년, 브라질은 2012년에 각각 완공됐다.

기아차 또한 중국 2002년, 슬로바키아 2004년, 미국 2006년, 멕시코 2016년 등 국내 생산공장 확대가 멈춘 후 해외 공장을 늘려가고 있다. 기아차는 인도에도 생산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렇게 해외공장이 늘어가는 이유로 업계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높은 비용과 낮은 생산성 구조를 꼽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업체 5곳의 연간 평균임금은 2016년 기준 9213만원이다. 일본 도요타 9104만원과 독일 폭스바겐 8040만원을 넘는다. 국내 완성차업체 5곳의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은 12.2%인 것에 비해 도요타와 폭스바겐은 각각 7.8%와 9.5%에 지나지 않는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자동차 1대 생산 시 투입시간은 도요타나 포드보다 각 11%, 26% 더 많이 소요되는 등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경수 현대차미국법인장(부사장)은 지난 1월 “한국의 인건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기 때문에 국내 생산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권역별로 생산하는 게 교역 문제나 인건비 문제 등에서 유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