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케미칼·애경 전직 대표이사 고발
공정위, SK케미칼·애경 전직 대표이사 고발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2.1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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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허위광고…과징금 1억3400만원 부과
피해자 측 “사망자 1300여명, 솜방망이 처벌"…공정위 "대기업 봐주기, 말도 안되는 소리"
12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SK본사 앞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 같은 날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 공정위의 처벌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김성화 기자)
12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SK본사 앞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 같은 날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 공정위의 처벌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김성화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 회사들에 1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는 사건의 중대성에 비해 공정위가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며 대기업 봐주기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12일 공정위는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인체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은폐·누락하고, 안전과 품질을 확인받은 제품인 것처럼 허위로 표시·광고한 혐의로 에스케이케미칼 주식회사(이하 SK케미칼), 애경산업 주식회사(이하 애경), 주식회사 이마트(이하 이마트)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3400만원을 부과했다.

또 SK케미칼 법인 및 전직 대표이사 2명, 애경 법인 및 전직 대표이사 2명을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마트는 공소시효 만료로 고발대상이 아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문제가 된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 성분은 호흡기를 통해 흡입돼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 미국 환경보호국 보고서와 SK케미칼이 생산한 물질 안전 보건 자료 등은 가습기살균제 성분 물질의 흡입 독성을 반복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SK케미칼과 애경은 2002년 10월부터 2013년 4월2일까지 CMIT/MIT 성분이 포함된 홈클리닉 가습기메이트를, 애경과 이마트는 2006년 5월부터 2011년 8월31일까지 이마트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했다. SK케미칼과 애경은 제품을 판매하면서 제품 용기에 부착된 표시라벨에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정보나 흡입할 경우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은폐·누락했다.

공정위는 “해당 제품의 표시·광고만으로는 소비자가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위해성을 인식하기에는 현저히 부족하며 삼림욕 효과, 아로마 테리피 효과 등 긍정적인 효능·효과가 수차례 강조돼 흡입 시 유익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인식하거나 인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품질 경영 및 공산품 안전 관리법에 의한 품질 표시’라고 기재해 안전성과 품질을 확인받은 것처럼 표시했지만, 해당 제품들은 품질 경영 및 공산품 안전 관리법에 따른 관리 대상이 아니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소비자가 통상적인 안전성을 구비한 제품인 것처럼 오인할 우려가 있다”며 “제조자인 SK케미칼 뿐만 아니라 제품을 납품받아 자신의 명의로 판매한 애경과 이마트도 표시광고법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같은 날 광화문과 서울시 종로구 SK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공정위가 SK와 애경을 형사고발 결정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바로잡게 돼 다행이다”고 말했지만 “공정위는 살인기업에 대해 여전히 미흡한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2016년 7월 공정위가 작성한 심사보고서는 이번 사건이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이므로 애경산업에 81억원, SK케미칼에 250억원 한도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심사보고서의 0.5%에 불과하다.

또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가 지난 9일 기준 5988명이 신고 돼있으며, 이 중 사망자는 1308명이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 측은 “정부가 학회에 의뢰한 연구용역으로 추산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30만명에서 50만명이다”며 6000명에 달하는 피해자 수는 과소집계된 것이라 주장한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 측은 이런 피해 내용을 봤을 때 공정위가 1억3000여 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 측은 “이 사건을 계기로 공정위가 더 이상 ‘공정하지 않은 공정위’, ‘기업과 손잡은 공정위’가 되지 않아야 한다”며 “잘못된 공정위 판단으로 인해 이마트가 공소시효가 지나 고발되지 않았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상처받은 것에 대해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직접 만나 사과해야 한다. 또 SK 제품의 ‘인체의 무해’라고 표기하는 등 공정위가 지적한 미흡한 내용에 대한 추가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SK나 대기업 봐주기라는 주장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공정위 시스템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다. 반박해야 할 내용도 아니지만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아 해명자료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