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수사권 조정, 그들만의 카르텔을 고집하면서 ‘인권보호’ 라고 외친다
[독자투고] 수사권 조정, 그들만의 카르텔을 고집하면서 ‘인권보호’ 라고 외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8.02.12 13: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년전 형사를 처음 시작할 때 일을 가르쳤던 반장님은 “형사는 뜨거운 정의감으로 사건해결을 위해 부단한 노력과 끊임없이 고심해야 한다”고 귀에 딱지가 얹힐 정도로 말했었다.

그가 한 말중 기억에 남는 것이 “법을 집행하는 사람은 칼 사용하는 사람과 같아 칼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두려움 없이 함부로 칼을 사용했다가 상대방은 물론이고 칼이 되돌아와 자신을 다치게 할 수 있다며 법 집행에 항상 엄격하고, 절차를 신중하게 지키도록 조심하라는 충고였다.

지난 8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에서 수사권조정 권고안을 냈다.

검사의 직접수사권,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수사종결권, 기소독점권에 대한 폐해로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드높은 가운데 그들은 또다시 알맹이가 빠진 무늬만 개혁을 권고안으로 내놓았다.

수사구조개혁의 핵심 포인트인 '영장청구 독점권'에 대한 논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일이고, 그때마다 그들은 인권침해 우려, 자질론, 수사능력을 거론하면서 반발했고, 언론은 이를 조직간 ‘밥그릇 싸움’내지‘양비론’으로 치부하면서 그동안 흐지부지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는 본질을 비켜가려는 합당하지 못한 논리로 본질은 수사기관의 권한과 역할분담, 이를 통한 인권보호, 상호감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수사제도 정착을 위해 어떤 제도가 필요한가에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 헌법 제12조3항은 ‘체포구속 압수 또는 수색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한'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이것이 바로 검사의 영장청구권에 대한 규정인데, 독점적 권한으로 선언해 놓은 이 조항이 검찰에 절대권력을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이 때문에 부당한 수사지휘와 전관예우 등 각종 폐단이 쌓이는 것이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고 상위법으로 국민의 신체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영장발부에 대한 법적 판단을 오직 법관만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검사의 영장청구 독점’을 규정해 경찰은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하고, 검사는 검토 후 법관에게 청구하도록 되어 있어 검사가 법관에게 영장을 신청하지 않으면 어떤 수사도 더 이상 진행 할 수 없게되므로 결국 검사가 법관의 역할인 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검사가 중간에서 부당하게 영장을 막아도 이의를 제기할 규정이 없어 큰 문제인데 이렇게 경찰수사가 무력화 된 사례는 이미 언론에 보도된 예가 무수히 많다. 최근 PD수첩에서 방영된 ‘검사와 고래 고기’는 검사의 '영장청구 독점'과 '수사지휘권'이 전관예우의 폐단과 함께 그들 특권계층 비호를 위해 어떻게 변질됐는지 적라하게 드러난 사례라 할 것이다.

전직 검사출신 변호사와 현직 후배검사의 부당 거래를 짐작케하는 이 사건에서 경찰이 신청한 영장은 법관에게 가지 못하였고 검사의 검토 단계에서 차단됐다. 이 사건 뿐이었는가, 현직 부장검사를 동생으로 둔 세무서장이 뇌물을 받은 사건, 전 법무차관이 건설업자에게 성접대 받은 사건에서도 영장은 법관의 판단을 받아 보기도 전에 검사의 검토 과정에서 차단됐다.

만일 경찰도 법관에게 직접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사법시스템이 진작 정착되었더라면 어떠했을까, 그랬어도 그 사건들이 지금처럼 의혹과 불신만 남긴채 잊혀지고 있을까.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의혹의 대상이 되었던 당사자들은 이미 수사 결과를 통해 재판을 받고 유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을 것이다. 칼이 되돌아올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그들에게도 있었다면 아마도 그 전 단계에서 경찰이 신청한 영장청구를 그렇게 함부로 차단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영장 청구권의 독점'의 필요성에 대해 인권보호라고 외치나 사실 그들만의 카르텔을 보호하기 위해 고집하는 것 뿐이다. 나와 내 조직 외에는 영장을 청구할 수 없는데 감히 누가 내 계좌를 열어 증거를 잡고 날 법정에 세울 수 있단 말인가. 영장청구를 막아 줄 수 있는 검사와 학연·지연·선후배 관계로 줄이 닿는 전관변호사를 선임하려고 범죄자들이 기를 쓰고 막대한 수임료와 향응을 제공하는 이유를 그들은 모르지 않는다. 알면서도 외면할 뿐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권력 독점은 항상 폐단을 낳았고 그 엄청난 혼란과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갔다. 그래서 주권자인 국민은 권력을 나눠 분산시키고 권력기관끼리 서로 감시, 견제하게하여 부패를 억제하는 권력분립 형태로 발전해 왔다.

그렇다면 수사단계에서부터 경·검은 상호 통제와 감시견제로 국민인권을 지켜야 타당하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헌법 제12조3항의 검사의 영장청구 독점 조항은 이번 개헌에서 반드시 삭제되어야 한다.

또한, 균형과 견제를 통한 권한과 역할의 분담 차원에서 경찰은 수사전문가로서 책임수사를 하고, 검사는 법률전문가로서 기소에 전념하는 관계로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권위주위와 독점, 무소불위의 장벽에서 탈피해 보다 민주적이고 합리적이며 투명하게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사법시스템을 열망하고 있다.

/충남 태안경찰서 수사과 김한규 경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