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손님이 건넨 '평양초청장'… 정상회담 성사되나
평창손님이 건넨 '평양초청장'… 정상회담 성사되나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8.02.1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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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운전자론'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 남북 정상회담 강행할 수도
'북미관계 여전' 한미동맹 균열 가능성… 北대표단 오늘 일정 마무리
대통령이 10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리그 1차전 남북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 관전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이 10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리그 1차전 남북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 관전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을 대남 특사로 파견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북을 전격 초청한 가운데 남북정상회담 성사 여부와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 변화에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0일 김 제1부부장을 통해 문 대통령의 방북을 공식 초청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 셈이다. 이는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나가자"면서 "특히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간의 조기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과의 대화에 북쪽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즉시 수락 보다는 북미관계 진전이 필요하다는 '조건부 수락'인 셈이다.

그래도 일단 문 대통령은 만남을 성사시켜나가자는 뜻을 밝혔으므로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남북관계 전면 개선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석과 함께 냉각기에 있던 남북은 해빙기를 맞이했지만, 당장 북핵·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이뤄지는 실질적 대화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문 대통령과 남북 대표단의 회동에서도 '핵문제'나 '비핵화'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가 '한반도 운전대'를 잡으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우선 남북 정상회담을 강행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여자 아이스하키 1차전서 스위스에 고전하자 아쉬워 하고 있다. 뒷줄 가운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여자 아이스하키 1차전서 스위스에 고전하자 아쉬워 하고 있다. 뒷줄 가운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그동안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온 데다 김 위원장이 직접 방북을 초청한 만큼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북미 간 북핵 해법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에 균열은 불가피하다.

특히 북미 관계의 긴장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미국과의 사전 조율 내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을 밀어붙이게 되면 우리 정부로서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평창을 찾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9일 정상급 리셉션에 늦거나 5분만 자리에 머물며 남북대화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개회식에도 북한 대표단과 가까운 자리에 앉았지만 눈길도 주지 않았고 남북 선수단이 공동입장할 때는 VIP 석에 앉아있던 인사들이 모두 기립해 박수를 쳤지만 펜스 부통령 부부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외신들도 북한에 대한 미국의 '최고 압박' 정책을 고려할 때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로선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지 않는 한 한국이 북한과 접촉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김정은의 여동생이 몸소 전달한 초청장은 미국을 실망하게 할 공산이 크다"고 판단했다.

한편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이날 문 대통령과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을 관람한 뒤 2박3일 방남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북한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