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수익 안정화 화두는 ‘脫정유화’
정유업계 수익 안정화 화두는 ‘脫정유화’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2.1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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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업, 유가·환율 등 변동에 취약
화학분야 투자 늘려 사업다각화 모색
비정유분야 매출 비중 해마다 증가세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정유업계가 비정유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SK이노베이션의 매출을 보면 비정유사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이익 3조2343억원으로 2년 연속 3조원 대를 보였다. 이 중 비정유사업 영업이익은 2조705억원으로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섬과 함께 전체 영업이익의 64%를 차지했다.

SK이노베이션의 비정유 부문인 윤활유 사업은 유가 상승에 따른 마진 하락 속에서도 지난해 영업이익 5049억원, 2016년 보다 459억원 증가했다. 2011년 542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또한, 석유개발 사업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1884억원으로 지난 3년 가운데 가장 높다.

비정유사업의 성과는 최근 몇 년 사이 이뤄진 투자가 발판이 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부터 비정유사업에 10조원 이상 투자했다. 지난해에도 미국 화학회사 다우케미칼과 에틸렌 아크릴산 사업 인수 등 두 건의 화학 분야 M&A를 이뤄냈다.

비정유사업에 대한 투자는 유가 변동에 취약한 석유사업의 한계에 따라 사업 다각화를 통한 안정적 수익 확보 노력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정유업계는 2014년 저유가 시기를 겪으며 본격적으로 화학, 윤활유 등 비정유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4381억원으로 사상 최대였지만 영업이익은 환율 등의 영향으로 오히려 2016년 보다 6.5% 줄어든 2조16억원이다. GS칼텍스 매출에서 석유화학 분야 비중은 20%대 초반 수준으로 비교적 높다.

GS칼텍스는 높은 정유사업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전남 여수 제2공장에 2조원을 투자한다. 석유화학 분야인 올레핀 생산시설을 지어 화학사업에서 유가 영향을 덜 받고 추가적으로 연간 4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에쓰오일도 상황은 비슷하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20조8914억원으로, 전년 대비 28.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4625억원으로 9.5% 감소했다. 

에쓰오일도 비정유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4조8000억원 규모로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공장이 완공되면 SKC가 독점하던 산화프로필렌 시장에 새로 진출하게 된다.

에쓰오일은 비정유사업 비중을 지난해 14%에서 19%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2605억원으로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어선 현대오일뱅크는 2014년 유가 급락에 여타 정유업체들이 적자를 기록할 때 유일하게 226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39%에 달하는 고도화설비 이점을 살리면서 사업 다각화 전략도 추진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16년 11월부터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현대케미칼 대산 공장에서 혼합자일렌을 생산하고 있다. 또 나프타 분해설비 등 석유화학 분야 신사업 진출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을 2016년 32%에서 2020년 40%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유가나 환율 등 외부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크고 영업이익률도 3%에서 5%로 낮다”며 “비정유 부분 강화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업그레이드하고 실적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