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병식 수위조절하며 'ICBM 핵무력' 과시… 평창 의식한 듯
北, 열병식 수위조절하며 'ICBM 핵무력' 과시… 평창 의식한 듯
  • 박영훈 기자
  • 승인 2018.02.0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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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14'·'화성-15' 등 등장… 신형 전략무기는 모습 감춰
작년보다 '내용 구성' 축소… 핵·핵무력 단어 거론도 안해
조선중앙TV가 8일 녹화 중계한 '건군절' 열병식에는 신형 지대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등장했다.
조선중앙TV가 8일 녹화 중계한 '건군절' 열병식에는 신형 지대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등장했다.

북한이 '건군' 70주년을 맞아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과시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인민군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 실황을 서울시간 오후 5시 30분께부터 약 1시간 45분간 녹화 중계했다.

공개된 녹화중계 영상에서는 검은색 긴 외투와 중절모 차림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검은색 외투에 모피 목도리를 두른 그의 부인인 리설주가 주석단에 서 있었다.

또한 최근 군 총정치국장으로 임명된 것으로 알려진 김정각과 박영식 인민무력상, 리명수 군 총참모장, 리영길 총참모부 작전총국장도 김 위원장 중심으로 오른쪽 왼쪽에 자리했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병력 1만3000여명과 민간인 등 모두 5만여명이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북한군들은 다리를 90도 가까이 들어올리는 행진방식을 보여줬다. 각 군대의 행진이 끝난 뒤 북한 무기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북한이 지난해 7월 두 차례 시험발사한 '화성-14'형과 지난해 11월 시험발사한 '화성-15'형 등 기존에 공개됐던 두 종류의 ICBM급 미사일이 등장했다.

또한 북한이 전력화를 선언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과, 고체연료를 쓰는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2'형도 동원했다.

이밖에 300㎜ 신형 방사포, 240㎜ 방사포, 122㎜ 방사포, 단거리 지대공 무기 등 여러 종류의 재래식 무기도 등장했다.

선중앙TV가 8일 오후 녹화 중계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는 포신이 긴 주체포를 비롯해 탱크, 견인포, 수륙양용돌격장갑차, 방사포 등의 북한 재래식 무기도 등장했다.
선중앙TV가 8일 오후 녹화 중계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는 포신이 긴 주체포를 비롯해 탱크, 견인포, 수륙양용돌격장갑차, 방사포 등의 북한 재래식 무기도 등장했다.

그러나 이번 열병식 화면에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등 기존에 모습을 보인적이 없는 신형 전략무기는 나오지 않았다.

이는 신형 무기를 공개하지는 않되 이제까지 공개한 주요 전략무기를 다시 등장시켜 이미 확보한 핵·미사일 능력을 다시금 과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 열병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전체적인 구성이 작년보다 축소된 것이다.

지난해 3시간 가까이 진행됐던 열병식과 달리 이번 열병식은 약 1시간 30~40분간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열병식 시간과 내용 구성을 축소한 것은 평창올림픽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내부 행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 진행한 열병식을 대부분 조선중앙TV로 생중계했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생중계 대신 녹화 중계를 택해 수위 조절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선중앙TV가 8일 오후 녹화 중계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쌍안경으로 행사장 쪽을 살펴보고 있다.
조선중앙TV가 8일 오후 녹화 중계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쌍안경으로 행사장 쪽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직접 육성 연설에 나서 미국과의 대결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조선반도(한반도) 주변에서 부산을 피우고 있는 현 정세 하에서 인민군대는 고도의 격동 상태를 유지하고 싸움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한다"며 "침략자들이 신성한 우리 조국의 존엄과 자주권을 0.001㎜도 침해하거나 희롱하려 들지 못하게 하여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구상에 제국주의가 남아있고 미국의 대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조국과 인민을 보위하고 평화를 수호하는 강력한 보검으로서의 인민군대의 사명은 절대로 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열병식은 세계적인 군사 강국으로 발전된 강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상을 과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핵'이나 '핵무력'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한편 북한은 1948년 2월 8일 정규군을 창설해 이날을 건군절로 기념했지만, 1978년부터는 김일성이 정규군의 모태가 된 항일유격대를 조직했다는 1932년 4월 25일로 정했다.

그러다 지난달에 당 중앙위 정치국 결정서를 통해 다시 2월 8일로 '건군절'로 바꿨다.

[신아일보] 박영훈 기자 yhpark@shinailbo.co.kr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