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9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는 용기 있는 15년차 현직 검사가 자신이 겪은 성추행 경험을 폭로하면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운동이 들불처럼 퍼지고 있다.
미투 운동의 확산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사태가 얼마나 만연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실제로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를 장식하는 여대생이 교수로부터 신체적 접근 시도를 받았다거나 여직원이 직장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등의 얘기가 낯설게만 다가오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은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체에서, 대학에서, 다양한 영역의 공간에서 성폭력 피해에 거의 무방비 사태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여성은 분명 우리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이면서 존중받아 마땅할 인격체다.
하지만 뿌리 깊은 남성중심 주의와 특유의 폐쇄성이 더해진 조직문화 속에서 많은 여성들이 성적 수치로 속앓이를 해왔다.
왜곡된 사회 구조에 남몰래 눈물 흘렸을 여성들을 위해서라도 성범죄 문제는 더 이상 좌시되면 안 된다.
정부는 여성들이 도움을 요청하고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보다 실효성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성폭력을 방지할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성범죄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는 반사회적 범행인 만큼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 엄정한 사법당국의 판단도 필요하다.
국민들의 동참도 필수다. 국민들은 성범죄에 대한 묵인이 ‘범죄 카르텔’이란 인식을 갖고 예방과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나아가 피해자들은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피해를 알릴 수 있어야한다. 미투 운동의 시작인 서지현 검사의 말처럼 피해자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개혁은 이루어질 수 없다. 성폭력 피해는 결단코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 고통과 수치는 가해자의 몫이어야 한다.
미투 캠페인으로 사회에 경종이 울린 지금이 변화의 시작이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겠지만 홍역을 이겨내면 우리는 분명 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번을 계기로 우리사회에서 성범죄가 추방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래본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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