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종잇장 철도정책
[기자수첩] 종잇장 철도정책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8.02.0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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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면 정책은 한낱 종잇장처럼 뒤집힌다. 과거 정권에서 논란이 됐던 부분들은 거의 대부분 궤도수정이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못 된 것을 바로 잡고 새 정부의 기조에 맞게 국정을 이끌어 간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절차는 어쩌면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식의 뒤집기가 매번 반복된다는 데 있다. 이는 곧 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연속성을 차단해 장기적 추진 동력을 상실시킨다. 지금의 목표점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전속력으로 뛰는 것 자체가 불안하다.

같은 맥락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넘어오면서 철도경쟁체제도 뒤집힐 위기에 놓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장관 후보시절부터 철도서비스 경쟁체제가 적절한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지난 6일 취임 첫 날부터 SR과의 통합에 주력하겠다고 공언했다. 정치인 출신 코레일 사장이 논란이 큰 통합 문제를 자신있게 주장한 것을 보면, 이것이 곧 현 정부의 뜻임에 분명해 보인다.

갖가지 우려속에서도 전 정권에서 철도경쟁체제의 장점을 입이 마르도록 홍보해 왔던 국토부도 앞으로는 현 체제의 문제점을 찾는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SR 출범 자체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통합을 하는 것이 맞는지 틀린지는 기자도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SR 출범 전 만 해도 말뿐인 것처럼 보이는 경쟁체제 추진을 비판했지만, 어찌됐든 지금은 SRT가 KTX와 차별화 되는 나름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정책을 새로 만들거나 뜯어고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이 과정에 정권의 이익이 국민의 이익보다 우선될 경우 그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앞으로 코레일과 SR의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으나 정권과 관계없이 오래 갈 수 있는 묵직한 결론이 도출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