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성애자다"… '동성 성폭행 파문' 이현주 감독 입장발표
"나는 동성애자다"… '동성 성폭행 파문' 이현주 감독 입장발표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2.0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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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감독. (사진=방송 영상 캡처)
이현주 감독. (사진=방송 영상 캡처)

'동성 영화감독 성폭행'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현주 감독이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현주 감독은 지난 2015년 4월 학교 동기이자 동료인 A감독이 만취한 상황에서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 판결 받았다.

지난 1일 A감독이 이 사건에 대해 폭로하자 이현주 감독은 여성영화인상 수상 자격을 취소당했으며, 영화감독조합에서 제명된 상태다.

당시 A감독은 SNS를 통해 "'Me too' 캠페인에 동참한다"며 "2015년 봄 동료이자 동기인 여자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가해자가 재판을 수십번 연기한 탓에 재판은 2년을 끌었고 지난해 12월 드디어 대법원 선고가 내려졌다"고 적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이현주 감독은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발표했다.

이 감독은 "저는 여성 영화감독 이현주입니다. 그리고 동성애자입니다"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술에 취해 잠이 든 줄 알았던 피해자는 어느새 울기 시작하더니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오열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고민을 내게 이야기했고 그런 피해자를 달래던 중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나로서는 피해자가 나와의 성관계를 원한다고 여길만한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성관계에 대한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감독은 "이후 나와 피해자는 다시 잠이 들었는데, 잠에서 깨어난 피해자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자 난 몹시 당황스러웠다"면서 "그래서 어떻게 모텔에 오게 됐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피해자의 기억을 환기시켜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피해자와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시나리오 이야기를 했고, 전날 함께 술마셨던 사람들과 만든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눴다"면서 "피해자가 내게 물건을 빌려주는 등 그 이후에도 특별히 서로 간에 불편한 상황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헤어질 때에도 조만간 또 만나자고 하면서 헤어졌기 때문에, 저는 피해자가 당시 있었던 일에 대해서 혹시나 불쾌해 하거나 고통스러워 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또한 한국영화아카데미 교수에게 피해자와의 합의를 부탁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피해자에게 한 사과도 범행을 인정한다는 뜻의 사과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감독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시선을 감당해야 했지만 내 주장은 전혀 받아주지 않았다"면서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