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대통령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가 중심이 돼 국회와 협의할 대통령의 개헌안을 준비해 달라"고 지시했다.
국회의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대통령 개헌안을 단독으로 국회 의결에 부칠 수도 있다며 압박한 셈이다.
지난 신년 기자회견에 이은 강경 발언이다.
이에 맞춰 정부는 오는 6월13일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목표로 3월 말까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라는 산이 있다.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현재 한국당 의석(117명)만으로도 여유 있게 개헌저지선을 넘는다.
이미 야당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개헌마저 정략적,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문재인 개헌'은 반드시 국민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개헌안은 여야가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서로 합의해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개헌특위는 1년을 허송세월했다. 또 다시 꾸린 특위의 앞날도 내다보기 어렵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개헌을 지방선거 이후에 하자고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한국당은 현재 2월 당론 확정을 목표로 개헌안 마련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개헌안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한국당도 더 이상 개헌 이슈에서 밀릴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한국당 간 이견을 보이고 있는 몇 가지 사안이 있지만 결코 합의 못할 게 아니다.
권력구조 개편 문제만 하더라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호하고는 있으나 타협의 여지는 남겨두고 있다.
약간의 이견은 얼마든지 합의할 수 있지 않은가.
대통령의 독자적 개헌 발의가 이뤄진다면 국회는 스스로 존재 이유를 져버리는 것이다.
30년 만에 맞은 절호의 개헌 기회를 이대로 버리질 말길 바란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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