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회복·청사진 마련 주력… 글로벌 경영 집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2월17일 구속영장 발부된 지 약 1년여 만에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로 석방되면서 향후 삼성의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5일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이 부회장의 최후진술과 재판 과정을 통해 향후 그룹 경영 방침을 엿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당초 이 부회장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경영 보폭을 크게 넓혀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역할이나 외부 활동 등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으면서 그의 경영 스타일은 베일에 쌓여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의 재판 과정에서 그의 입을 통해 경영 스타일이 하나 둘 밝혀지면서 향후 삼성의 경영 방침까지 예측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그간 추락한 삼성의 신뢰 회복과 새로운 경영 철학을 확립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국내에서 삼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민 신뢰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점쳐진다.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직접 "좋은 환경에서 자라 글로벌 일류기업에서 일하는 행운을 누렸다"면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보답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살아왔다"고 알린 바 있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이 부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상생협력', '동반성장'을 위한 추가 방안과 맞물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지난 1988년 이건희 회장이 '제2창업'을 선언한 지 30년만인 내달 '제3창업'을 선언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이 '그룹 회장' 보다는 '전자 경영'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항간에 알려졌듯 이 부회장의 관심이 삼성그룹 계열사중 삼성전자에 집중돼왔던 만큼, 앞으로도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와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 활동 등에 몰두할 것이란 해석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2일 진행된 재판에서 "소속은 항상 삼성전자였고 업무도 95%는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 업무를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말 재판에서는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그룹 회장이란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업계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이 글로벌 경영에 집중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초 이 부회장은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재벌경영'과는 거리가 먼 경영전략을 공부해왔다.
구속 전에는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 출장은 물론 해외에서 삼성을 방문하는 글로벌 기업의 대표들을 만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이 대법원 판결이 남은 만큼 활동에 제약은 있겠지만 해외 투자에 대해서는 꼼꼼히 챙겨볼 것"이라고 전했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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