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 트라우마, 전쟁 겪은 환자와 유사"
"성폭력 피해자 트라우마, 전쟁 겪은 환자와 유사"
  • 문경림 기자
  • 승인 2018.02.0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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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크고 오래 가… "불안해소 못해 정신질환 악화"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성폭력 피해로 인한 트라우마가 전쟁을 경험한 환자가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와 맞먹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임명호 단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충남해바라기센터 연구팀은 2015년 대한불안의학회지에 성폭력 피해자 40명과 일반인 83명의 정신과적 임상특성을 비교한 결과를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유형은 강간 30명(75%), 강제추행 8명(20%), 성매매 2명(5%)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31명(77.5%)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8명(20.2%)은 주요우울장애(우울증)로, 1명(2.5%)은 정상지능과 지적장애 사이에 놓인 '경계선지능'으로 각각 진단됐다.

이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점수는 60점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쟁을 경험한 환자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는 일반적인 외상 경험과 달리 불안을 다룰 수 있는 자아 방어 능력 전체를 교란할 만큼의 강력한 외상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는 장기간에 걸쳐 더욱 악화하는 특징을 보였다.

실제로 조사에 참여한 성폭력 피해자들 가운데는 피해를 경험한 지 2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병원 치료를 받는 환자도 있었다.

이는 불안에 대한 자가 방어 시스템이 실패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인지적 왜곡이나 내적 환상으로의 도피와 같은 정신병적 증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임명호 교수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심리적 불편감은 급성기라기보다는 지속해서 만성화돼가는 상태"라면서 "치료진에게도 예민하고 경계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치료적 도움을 적극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초기 개입을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신아일보] 문경림 기자 rg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