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검사 성추행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당사자들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정황상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동안 잠재돼 있던 것으로 터질 게 터진 것이라고 본다.
우선 사실을 폭로한 여검사의 용기에 찬사와 응원을 보낸다.
서지현 검사가 검찰 통신망‘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지난 8년 간 참을 수 없는 수치심에 매일 밤 가슴을 쥐어뜯었다”면서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작은 밀알이라도 된다면 하는 소망과 미래의 범죄에 용기를 주어서는 안 되겠다는 간절함으로 이 글을 쓴다”고 밝혔다. 피해를 당한 서 검사의 고통스러웠던 지난날들이 충분히 공감된다.
여검사를 아이스크림에 비교하며 ‘난 너를 먹고 싶다’고 말한 선배 검사를 비롯 ‘여자는 발목이 가늘어야 해’, ‘자꾸 네가 이뻐 보여 큰일’,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줄 테니 나랑 자자’ 등 입에 담기에 낯 뜨거울 정도다.
성추행 사건을 폭로하는 검찰 내 ‘미투 운동’도 점점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냥 묻고 넘어갈 수준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졌다.
대검찰청은 31일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대검은 “성추행 사건을 심도 있게 조사하고 피해자를 파악해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조사단을 구성했다”면서 “양성평등 관점에서 어느 한 성이 다른 성에 억압되고 참고 지내야 하는 일을 근절하겠다는 게 조사단 발족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진상조사와 함께 제도 개선이라는 두 갈래로 활동하며, 기한은 따로 두지 않고 근절될 때까지 활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선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검찰 내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위계적인 조직 문화와 함께 문제가 제기되면 가해자 처벌보다 내부 고발자를 색출하는 데 주력해 피해자가 제보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수에 따른 상명하복이 중시되다 보니 문제가 되면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까지 함께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다. 2차 피해가 두려워서 참고 견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터넷에서도 검찰의 조직 문화를 비판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의 엄정한 진상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 위한 내부 조직 문화 개선을 촉구한다.
한편, 이번 용기 있는 여검사의 고통스러운 증언이 우리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끊이지 않고 등장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여성에 대한 성폭행, 성추행 사건이다. 돈과 권력, 지위를 이용한 갑질형이 대부분이다.
기업 오너의 여직원 성추행에서부터 교사의 제자들 성추행, 선배의 후배 여학생 성추행까지 고질적 병폐 수준이다. 이런 뉴스들이 새롭게 들리지 않을 정도다.
경직돼 있는 상하관계가 만들낸 우리사회의 치부라고 할 수 있다.
상사나 상관이라고 해서 아랫 사람을 업신여기고 마음대로해도 된다는 전근대적인 사고 방식은 이젠 날려버려야 한다.
이번 여검사의 작은 외침이 우리 사회에 만연된 권위와 부를 이용한 갑질 성폭행과 성희롱을 뿌리 뽑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