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섬뜩한 부영 흔들기
[기자수첩] 섬뜩한 부영 흔들기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8.01.31 14: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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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저명인사들과 기업들의 이름을 키보드로 두드리고 있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크고 작은 기사를 생산해내고 있지만, 가끔은 이 일이 섬뜩할 때가 있다.

단어 하나 하나가 모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양지로 끌어내고, 비뚤어진 것을 바로 세우는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바로 서 있는 것을 오히려 기울이거나 살짝 기울어진 정도를 완전히 넘어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때도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유독 기자들의 손가락과 친해진 기업이 있다. 바로 부영주택이다.

지난해 여름 전주시에서 시작된 '부영임대아파트 임대료 논란'은 일부 지자체들과 언론이 일으킨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악덕기업 부영'을 만들어냈다.

비판이 거세지자 부영은 자신들의 입장을 조목 조목 해명했다.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소음이 잦아들기를 바라는 여타 기업들의 대응과 비교했을 때 조금은 이례적이면서도 놀라웠다.

자칫 서민의 등골을 빼먹는 파렴치한으로 낙인찍힐뻔 했던 부영은 얼마 전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적법성'을 인정받았다. 법적 논란에서 일단 빠져나왔지만 한 기업이 감당하기에 상처는 컸다.

그리고 최근 부영임대아파트가 또 다시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이번에는 분양전환가격의 적정성 논란이다.

부영이 공공임대주택을 분양전환하는 과정에서 편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논란의 요지는 분양가격 산정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았느냐다. 임대료 논란 당시 인상률 산정의 기준을 두고 다투던 것과 판박이다.

부영은 어쩔 수 없이 또 한 번 법의 심판을 통해 억울함을 풀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판단은 법이 하는 것이니 결과를 두고 기자가 뭐라 할 말은 없다.

다만, 이 같은 사태들을 보면서 한 가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기업과 수요자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입장차가 정확한 판단에 이르기도 전에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임대주택 위주로 사업을 이끌어 온 부영의 경우 주된 수요층이 서민이라는 점에서 "부영은 악덕기업이다"라고 외치는 목소리에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민간영역에서 말 많고 탈 많은 임대주택 공급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은 부영만의 뚝심을 보여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는 수십만 호의 임대주택을 공급한다고 하지만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공공임대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LH는 한 동안 130조원이 넘는 부채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임대주택 공급에 따른 손실의 결과였다.

이 같은 리스크 때문에 국내 건설사 중 부영만큼 활발히 임대공급에 나선 곳 또한 없다. 기업들이 외면했다는 것은 곧 돈이 되지 않는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법을 위반했다면 법 할아버지라도 처벌을 받고, 지탄 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일각에서 불거진 논란으로 서민들의 '살 집'과 함께 해 온 한 기업의 30년 공적 마저 흔들려 하는 것은 올 겨울 한파만큼이나 섬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