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실명제 도입…실제 투자, 당분간 어려울 듯
가상화폐 실명제 도입…실제 투자, 당분간 어려울 듯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01.2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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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은행들이 결정"…은행들 "당국 눈치 보느라"
시장 "당국 규제에 신규투자 막혀, 빠질 수도 없는 상황"
(자료=연합뉴스)
(자료=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30일부터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고 은행들의 신규 계좌 개설을 허용함에 따라 발급 중단으로 길이 막혔던 가상화폐 신규 투자가 가능해진다.

반면, 정작 은행들은 간접 규제에 나선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는 형국이라 실제 투자가 이뤄지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을 이용해 우회적으로 규제하는 금융당국의 방식이 먹혀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30일 당초 예정대로 가상화폐 거래 계좌에 실명확인 시스템을 개시한다.
그러나 가상화폐 투자용 개인계좌를 발급하거나 가상화폐 거래소에 법인계좌를 신규 데는 소극적이다.

금융당국이 '자금세탁 방지'를 명목으로 계좌를 만들 때 실명을 엄격히 확인하고, 위반 시 엄중 처벌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견제에 나선 탓이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23일 "신규 고객을 받는 것은 은행의 자율적 판단"이라면서도 "은행들은 철저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신규 계좌 개설을 막지는 않겠지만, 문제가 발생되면 그 책임은 은행들이 져야한다 식이다.

실명 시스템이 개시되자마자 보란 듯이 만들어 준 계좌를 통해  자금세탁이 이뤄진 경우, 이러한 거래를 잡아내지 못했다가 적발돼 가해질 당국의 제재가 두려운 것이다. '긁어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뭐 있겠냐'는 것이 은행들의 입장이다.

가상화폐 거래시장에서는 신규 투자금 유입을 기다리던 기존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국의 이러한 규제 탓에 신규 투자금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유입되지 못함에 따라 결국 기존 투자금이 시세 급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서로 눈치를 보는 바람에 가상화폐 신규 투자가 어려워지는 것은 어디까지나 '시장 자율'이지만, 금융당국이 내심 바라던 상황이기도 하다.

은행의 결정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은 '거래소 폐쇄'를 언급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행보는 정치적 부담을 은행에 떠넘겼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