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구성원들의 거센 퇴진 요구를 받아 온 고대영 사장이 임기 10개월을 남기고 마침내 KBS에서 물러났다.
KBS 이사회가 지난 22일 고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한 데 이어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함으로써 고 사장이 KBS 사장직에서 공식 해임된 것이다.
이는 140일이 넘는 동안 파업을 벌여온 내부 구성원들의 노력과 공영방송다운 공영방송을 요구해온 국민의 염원이 함께 만들어낸 방송 정상화의 첫걸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간 KBS 이사회가 밝힌 것처럼 고 사장의 해임 사유는 차고 넘친다. 그는 보도국장-보도본부장-사장이라는 요직을 꿰차면서 권력의 방송장악에 부역하며 KBS를 철저히 망가뜨렸다.
특히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서 KBS가 사상 처음으로 기준 점수에 미달돼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것은 공영방송의 위상이 추락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용산참사 보도 등을 의도적으로 축소·왜곡해 KBS뉴스를 조롱의 대상으로 만드는가 하면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또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정 기사를 보도하지 말아달라는 요청과 함께 금품을 건네받은 의혹까지 샀다.
현재 고 사장 해임보다 중요한 것은 지난 체제에서 누적된 폐해를 씻어내고 KBS를 공적 책임에 투철한 방송으로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러려면 새 체제 구축과 내부 개혁에 주력하고, 보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세계인이 함께하는 ‘평화의 축제’를 보도하는 데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KBS는 심기일전해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래본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oeun_p@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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