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홍 논설위원
세계인의 축제 평창 동계올림픽이 내달 9일 개막된다. 돌이켜 보면 2번의 실패 후 3번째 도전 끝에 유치한 각본 없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평창 드라마의 시작을 알리는 승전보는 지난 2011년 7월 남아프리카 더반에서 날아왔다.
언론에서는 연일 특집방송을 편성해 연거푸 실패에도 다시 도전하는 한국인의 불굴의 정신, 이 이벤트가 가져다 줄 수십조원의 경제적 이익 등등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개최도시의 자긍심과 함께 희망찬 미래가 펼쳐지는 평창의 기적을 고대하고 있다.
앞서 여러차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평창 주민들은 만장일치에 가까운 95%가 동계올림픽 유치에 찬성했었다.
당시 국회의원들은 모든 안건에서 여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는데 유독 평창 이슈에서는 100% 일치단결했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온 국민이 하나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평창으로의 올림픽 유치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다”고 한 당시 차관보의 발언이 이같은 국민정서를 잘 대변하고 있다.
스포츠처럼 국민을 열광하게 하고 단합하게 만드는 것은 없을 것이다.
지난 60, 70년대에 김기수와 양정모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권투챔피언이 됐을 때의 모습을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 또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금메달 소식은 감동의 도가니에 빠지기 충분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요 선수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등 올림픽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더욱이 북한 선수단의 참가가 결정되면서 더욱 가열되는 모습이다.
최근 TV나 신문을 보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게될 북한측 뉴스가 주요 이슈로 장식되고 있다.
선수단은 46명인데 공연단, 시범단, 스태프에 이어 일본에 거주하는 조총련 응원단까지 합치면 600명이 넘는단다.
잔치집은 북적 북적해야 맛이나고 우리 민족 통일 염원을 위해서도 평창 잔치에 숟가락 하나 더 놓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가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를 연상시키는 것은 왜일까?
오페라 ‘가면무도회’는 갈등의 드라마로 절묘하게 배합된 긴장과 이완의 음악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특히 남녀간의 사랑을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포기하거나 변심하지 않는 희생과 헌신으로 그리고 있다.
우리민족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 즉 아가페적 모습이 향후 남북관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북한의 김정은이 우리가 내민 손을 잡고 평창에서 함께 하겠지만 핵개발을 포기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욱이 평창에서 열리는 가면무도회는 너무 상황변화가 심하고 극중인물의 회전이 빠른데다가 가면을 쓰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미지수다.
이 모든 것이 왜곡과 허상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우리의 평창올림픽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다만 평창의 잔치가 ‘하나된 열정’ 이라는 슬로건 처럼 남북이 하나 된 마음으로 화합하면서 평화통일의 길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방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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